[프라임경제] ‘눈을 떠보니 세상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있다. 작금을 조명하자니 요동치는 IT·전자 산업의 눈부신 발전이 전혀 어색함 없이 딱 들어맞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숨 가쁘게 변해가는 세상 중심에 IT·전자산업이 자리한다. 다가올 미래가 궁금하다. 짧게는 5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후 과연 이들 산업을 기반으로 한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창간특집 여섯 번째 기획으로, IT융합 기술이 빚어낼 첨단 사회상을 그려봤다.
홍길동씨(35세 유통기업 차장) 가족이 있다. 홍 차장 가족은 세명으로 전형적인 핵가족이다. 부모가 계시지만 한적한 곳이 좋다는 뜻에 따라 시골에 자리를 따로 마련해 드렸다. 이들 가족이 살고 있는 시간은 2015년. 가족 구성원들은 과거 2011년보다 진화된 IT·전자 기기들의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 홍 차장의 아침은 5년 전보다 즐겁다. 홍 차장은 기상과 함께 출근 전 하루 한 권씩 책을 듣는다. 날씨와 그날 스케줄은 홈네트워크를 통해 확인하고, 그날 일정에 맞는 출근복장은 3D를 통해 옷매무새를 고친다. 과거 휴대폰과 태블릿PC 등 소지품이 많아 번거로웠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게 내장된 시계 하나만 차고 다니면 된다. 집 밖을 나선 홍 차장. 자동운전이 가능한 차 안에서는 이미 회의가 진행 중이다. 그것도 회사가 아닌 글로벌 협력사와의 화상 회의다. 만국어 통역기가 있기 때문에 의사전달이 원활치 않을 것이란 걱정은 시간 낭비다.
#2. 홍 차장 부인 이유리씨. 이씨는 얼마 전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서를 제출하고 집에서 재활치료 중이다. 이씨의 아침은 남편의 출근과 함께 시작된다. 과거도 그랬지만 지난밤 로봇청소기가 먼지제거와 물청소까지 완료한 상태라 집은 항상 청결하다. 가족의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외출이 불편하지만 냉장고에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장보기는 끝마친 상태다. 음식 재료를 클릭하니 이를 통해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남편 출근과 딸이 등교한 후 이씨는 재활치료에 매진한다. 병원을 귀찮게 가지 않아도 된다. 병원 담당의사와의 화상통화를 통해 건강을 체크하고 마이크로캡슐 로봇을 통해 집에서 치료할 수 있다. 시댁과 친정 부모님의 건강도 동일한 방법으로 직접 챙겨드릴 수 있어서 마음은 한결 편하다. 이씨는 오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미국에 있는 친구와 무료 3D 통화를 할 참이다.
#3. 홍 차장네 외동딸 홍리나양. 홍양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으로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지만 가방은 한결 가볍다. 중학생 때만 해도 무거웠던 가방이 이제는 태블릿PC 하나에 모두 담을 수 있어서다. 학교 웹사이트에서 해당 과목 교재를 다운받아 공부하고, 방과 후에도 장소 제약 없이 가상현실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 홍양은 대학에 입학하면 하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다. 그중 세계여행 꿈이 가장 크다. 이미 3D 앱을 통해 지구를 한 바퀴 훑으며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만나온 터라 그들과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상상은 취침 전 그녀를 웃게 만든다.
어릴 적 아랫목 이불 속에서 즐겨봤던 TV 속 공상과학 세상이 하나씩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상상돼온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TV 밖으로 나온 미래 기술이 있는가 하면,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기술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일까. 당시 터무니없을 것이라며 혀를 찼던 기술이 이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짧게는 5년 후, 길게는 10년 후의 IT·전자기술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지 기대된다. 이제는 현실이 돼버린 공상과학 속 세상은 또 다른 무한 상상력을 머금고 어떻게 변해있을까?
◆‘문명통합시대’ 세상은 점점 하나 돼가고…
미국중앙정보국(CIA)의 자료가 눈길을 끈다. CIA가 내놓은 ‘2015 글로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미래 전망은 빗나갔거나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이뤄진 분야가 있다. 바로 정보 산업 기술 혁신으로, 리포트 예측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UN미래보고서의 맥락도 유사하다. 이 보고서가 밝힌 10여년 후 미래사회의 ‘메가트렌드’ 중 IT·전자산업과 연관된 변화는 △문명통합의 시대 △핸드폰으로 연결된 세계 △책 읽기의 종말 △인터넷이 교사가 되는 시대로 추려진다.
어릴 적 아랫목 이불 속에서 즐겨봤던 TV 속 공상과학 세상이 하나씩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당시 터무니없을 것이라며 혀를 찼던 기술이 이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공상과학 만화 ‘미래소년 코난’. |
데이터 용량이 커지고 보편화 되면 집에서 전기나 물을 사용하듯이 정보를 사용하게 되고, 젊은이들은 국경을 초월해 다문화인이 되며, 결국 문명은 하나가 된다.
또, 교육과 사회는 인터넷과 핸드폰 위주로 재형상화 되고, 온라인 속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교육으로 대체하는 시대가 오게 되며, 종이책은 업데이트가 안 되거나 극히 느리기 때문에 기피대상이 된다.
UN미래보고서는 이와 함께 대체에너지 개발 산업의 부상도 메가트렌드로 규정한다. 가장 각광받는 것은 태양열 에너지로, 태양광전지, 태양광 집적기술, 우주태양광발전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 되고, 바이오디젤, 바이오에너지, 지열발전, 수소에너지, 핵융합 등의 다양한 기술이 개발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외 IT·전자 기업들은 이에 동참, 열띤 개발을 진행 중으로, 신성장동력 또는 관련 기기에 접목시킬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UN보고서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향후 20년을 이끌어갈 신경제 키워드로 규정, 기술의 발전이 탄력 근무제와 자가고용의 보편화 등으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근무제가 도입되며, ‘직장’이라는 개념보다는 ‘능력’이라는 개념이 부상해 개개인은 자신의 능력을 찾는 시장을 스스로 탐색, 인터넷 1인 기업 등의 번성도 예상된다.
가깝게는 오는 2012년을 기점으로 스마트 콘텐츠가 급부상해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더 이상 ‘출생의 비밀’ 드라마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눈길을 끈다.
◆새로운 제품·서비스가 바꾸는 가치
이와 관련, 조금 더 가까운 우리 산업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우리 정부는 일단 ‘IT 융합’을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IT·전자산업이 산업 전반에 걸쳐 ‘인프라’ 또는 ‘생산요소’로 그 역할이 확장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와 맞물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가치를 바꾸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기업 간 협력기반이 있어야 하고, 인재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의 부재다. 일례로, EU·일본 등이 도요타와 도시바, BMW와 인피니티 등 자국 자동차 기업과 반도체 협조가 활발하지만 우리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또, 글로벌 수요업체가 있지만 자동차와 조선 산업 등이 IT 기업과 협력기반이 부족해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사회의 IT 융합 제품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과 일맥상통한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래사회는 IT 융합 제품의 발전이 예상된다. IT·전자산업이 산업 전반에 걸쳐 ‘인프라’ 또는 ‘생산요소’로 그 역할이 확장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와 맞물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가치를 바꾸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사진은 공상과한 영화 마이너티리포트. |
현재 자동차산업은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차량 IT혁신센터’를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조선 산업도 ‘조선사-IT기자재업체-선주’ 등이 참여하는 ‘조선IT혁신센터’를 지난해 하반기 구축, IT 융합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사업은 향후 의료·국방사업 등 기타 산업으로 점차 확산, 정부의 지원 하에 눈부신 발전을 이룰 전망이다.
◆혈관 로봇시대의 대중화
이렇듯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정부도 과거 미래 IT생활 예상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과거가 되고, 또 다른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대목이다.
지난 2007년 당시 정보통신부는 오는 2012년 이후 IT 기반 미래생활 시나리오는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통부가 예측한 미래상은 △향기를 전달하는 인터넷의 등장 △혈관을 청소하는 로봇 △안경 없이 보는 3차원 영상 △내 몸 상태를 알려주는 홈네트워크 △가상현실로 이뤄지는 과학실험 △디지털 군복 등이다.
당시 정통부에 따르면 오는 2015년 홈쇼핑, 드라마, 광고에서 냄새를 그대로 전달하는 시대가 온다. 신세대들은 미니홈피에 음악과 아바타 대신 꽃향기를 장식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고, 인터넷으로 향기를 선물하는 게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기술적으로는 향기를 화학분석기로 분석, 후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성분을 뽑아내 디지털화하고 발향 시스템은 프린터의 잉크처럼 향 카트리지가 있어 수신되는 데이터에 따라 향기를 내뿜는다는 설명이다.
오는 2018년에는 혈관을 청소하는 로봇 시대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캡슐 또는 혈관주사를 통해 체내에 로봇을 투입해 DNA, 단백질, 항체, 세포 등에서 극미량의 시료를 초고속으로 분석해 생물학적 정보를 서버에 전송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미세 바늘로 막힌 혈관을 청소하거나 환부를 레이저로 치료한 후 배출되는 시스템이다.
가깝게는 오는 2014년 2차원 영상이 3D 구현 시스템에 의해 3D 영상으로 재구성, 외출 전 미리 어울리는 옷과 가방, 헤어스타일을 3차원 영상으로 미리 볼 수 있으며, 3차원 영상으로 제작된 방송물과 영화 등을 3D로 실감 있는 감상을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다. 당시 정통부는 2012년 내 몸 상태를 알라서 관리하는 홈네트워크를 예상했다. 건강상태를 자동으로 감지해 누적된 피로를 알리고, 피로 회복을 위해 홈네트워크에서 산소농도가 높은 공기를 제공, 쾌적한 수면을 유도하기도 한다.
불과 5년 전에 예상된 미래사회가 현재 이미 일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주목할 대목은 미래 기술 발전에 국내 IT·전자 기업들의 세계시장 속 약진이 주도하는 모양새라는 것. 우리 기업들의 변화무쌍한 기술 발전을 들여다보는 게 미래 사회를 예상함에 있어 가장 정확할 수도 있는 이유다.
※요타바이트(Yottabyte, YB): 1024를 의미하는 SI 접두어인 요타와 컴퓨터 데이터의 표시단위인 바이트가 합쳐진 자료량을 의미하는 단위다. 이진 접두어를 사용한 요비바이트(YiB) 와 구분된다. 1 YB = 1024 bytes = 1,000,000,000,000,000,000,000,000 bytes. 노래 한 곡당 3메가바이트로 봤을 때 1요타 바이트에는 38경 이상의 노래가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