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엄마 부탁해요. 동생이 필요해요. 엄마 아빠 아셨죠? 귀여운 동생 한명 부탁해요. 꼭이요.'
경상북도로 행정전화를 걸면 통화연결음 대신 출산장려 멘트가 흘러나온다. 이달 11일 경상도 광역단체는 임산부의 날을 맞아 저출산 극복 방안의 하나로 착신음을 바꾼다고 밝혔다.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경고에도 태평했던 정부기관도 저출산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모양이다. 정부는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책을 서둘러 발표하고 있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평균 출생아 수는 1.23명으로 전년 1.18명 대비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4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노인국가 일본의 1.37명에 비해서도 더 낮은 수치다.
저출산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지난 5월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66.3%가 경제적·상황적 요인을 꼽았고, 다음으로 고용 불안정 등 경제 불안(32.3%)을 들었다. 또 출산에 따른 직장 내 차별도 19.2%로 조사됐다.
지난 10월10일은 6돌을 맞는 ‘임산부의 날’이었다. 풍요의 달인 10월과 10개월간의 임신기간을 의미하는 날로 임신과 출산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자 제정됐다. 사회각층은 출산율이라는 수치를 늘리기 위해 급급하지만 정작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출산장려에 적극 동참하겠다던 기업들도 말뿐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임산부의 날을 맞아 몇몇 육아 전문 기업이 간소한 행사를 가졌을 뿐 대부분의 기업들은 모른 척 지나갔다. 대외적으로는 동참의 뜻을 밝히지만 실제 내부적 변화는 느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11년 삼성경제연구원의 ‘워킹맘의 실태와 기업의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90년 47%에서 2009년 49%(남성 73%)로 지난 20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국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의 주원인은 결혼 및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때문이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기업의 근무환경은 한국 저출산 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팀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의 경우도 여직원의 고충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증권사 한 여직원은 “증권사 여성직원 임금이 남자 직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일일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보니 임신을 하거나 워킹맘이라고 따로 배려 받는 것은 없다”며 “아쉬우면 내가 짐을 싸야한다”고 토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5대 증권사 남성 사원수는 1만304명으로 여성사원수 6520명에 비해 1.5배 많다. 상근 임원의 경우는 여성 비중이 1%를 겨우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 요직에 남성들이 자리잡고 있고, 상대적으로 여성은 소수에 불과해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고객만족(CS)활동이 붐을 타고 있지만 임산부의 날에 조촐한 행사를 가진 증권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증권사 한 남성 직원은 “주식시장이 변동성이 심하고 손실을 입은 고객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만큼 남성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일반적으로 갖고 있다”며 “빠른 업무 처리가 일상화돼 있는 분위기로 워킹맘이나 임산부 여직원이라고 따로 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기회재정부는 낮은 출산율에 대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늘어났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체계나 육아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양의 경우는 낮은 혼인률과 저출산이 경기불황과 연
‘엄마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임산부에 대한 배려와 워킹맘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정부는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당장의 수익창출을 넘어 우수인재 확보차원에서 실질적인 노력을 펼쳐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