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어서오십시오, 손님. 출발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무심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타는 수백명의 손님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친절 운전사가 있어 훈훈한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전남 여수시내버스 오동운수에 근무하는 2년차 운전사 정진오씨(42). 정씨는 2년전 버스회사에 입사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승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여수 오동운수 기사 정진오씨가 운전석에서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
전직 택시업 이후 버스로 옮겨서도 인사하는 습관이 몸에 베었다는 정씨는 자신만의 인사철칙이 있다.
"인사할때 말로만 '안녕하세요' 하는 것 보다는 승객과 눈을 마주치면서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승객쪽으로 머리는 돌려야할 것 아닙니까. 처음에는 쑥스럽지만 익숙해집니다"
정씨는 '친절기사'로 자리매김한 자신에게 동료들이 비법을 물어올때면 이같이 말해주곤 한다. 묵묵히 인사를 하다보니 승객들도 정씨의 행동에 감복해 차츰 인사를 받아주고 덕담을 건네기도 한다.
최근 '333번' 시내버스에 탑승한 석천사 방면 승객 여여심씨(69.여)는 "기사님이 항상 변함없이 친절하고 안전운전을 하셔서 기분이 좋다"면서 "우리 승객들도 인사를 잘 받아주어야 기사님도 더 열심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동에서 승차한 승객 김후덕씨(49.여)는 "저기 삼춘(정진오)은 친절하게 손님들한테 잘하고 노인들도 많이 모셔다드린 것도 많이 봐왔고 나의 친절은 남이 먼저 안다고 100이면 100 만날때마다 인사성이 바르다"며 "7~8년전 택시기사로 일할 때부터 승객과 기사로 알고 지냈는데 변함없이 어르신을 공경하고 손님에게 친절해 뉴스에 날만하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10일마다 노선을 갈아 운행하는 정씨는 승강장 승객만 보고도 행선지를 알아차릴 정도는 된다고 했다. 이날도 덕충동 승강장에서 버스에 올라타려는 손님에게 미리 "이버스 오동도 갑니다. 시내 안갑니다. 어머님"하면서 먼저 선수(?)를 쳤다.
정씨는 "짐이 많은 분은 대부분 역전가시는 분, 시내가시는 분들은 옷차림만 봐서도 알수 있다"면서 "바쁜 출근시간대가 끝나면 낮에는 손님이라야 10명 내외여서 그분들이 어디서 타고 내리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옛 여천군 화양면이 고향이라는 정씨는 고향마을로 버스노선이 배정될 때면 불편할 때가 많다고.
"버스노선을 돌다보면 고향에도 배정됩니다. 고향 어르신들만 계시는데 몸이 아파서 시내 병원으로 가시는데 차비는 안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마음이 안편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더 잘하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습니다"
딸만 셋이라는 정씨는 버스 일을 시작하면서 새삼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그는 "예전에 시내에서 승강장이 아닌데다 무단횡단하는 승객을 안태워주자 조카뻘 되는 고교생이 입에담지 못할 욕설을 하더라"며 "벽지노선의 경우 버스가 뜸하기 때문에 승강장에 미처 도착하지 못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기다려서도 태워주는데 그런거는 쏙뺀다"며 풍토를 섭섭해 했다.
정씨는 또 "여수박람회가 몇달 안남았는데 시민 기초질서가 너무 안돼있다. 사회단체들이 친절.질서 캠페인을 백날하면 뭐하나. 그 자리에서 보란듯이 무단횡단하고 있는데..."라면서 시민의식 부재를 꼬집었다.
시에서도 민원인(승객) 입장만 보고 행정을 펴기보다는, 승강장 무단주정차 등의 질서위반 사례도 단속하는 등을 병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버스기사들 사이에서는 '막내뻘'이라는 정씨는 "여수 도로여건도 안좋은데 동료 기사들이 참 대단하다. 몇십년 무사고 운전자도 있는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버스 운행시각을 맞춰야하고 복잡한 도심을 운행하다보니 오해도 있지만, 버스 운전사들의 고충도 많은만큼 시에서도 승객들도 서로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