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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년선거에 ‘강력한 금연 공약’ 나온다면…

김병호 기자 기자  2011.10.13 08: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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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담배는 국민건강을 해치는 사회악 취급을 받는다. 애연가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담배 판매에서 파생되는 어마어마한 세금이 국민 복지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도 있다. 담배를 좋아하는 한 지인은 우스개소리로 “내 돈 들여 내 건강 해치면서 국민 복지에 이렇게 힘을 쓰고 있는데, 사회가 애연가들을 좀 예쁘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금연(禁煙)’은 산업안전규제 등의 공공정책으로 작업장 또는 그 밖의 공공시설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체를 중심으로 금연 문화는 빠르게 확산 중이다. 직원의 ‘금연 성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회사도 있고, 금연 성공 시 소량의 이자율을 감면해주는 독특한 금융상품도 등장했다.
 

“몸에 해로운 것을 돈을 주고 사서 꼭 피워야 하냐?”, “담배 정도를 끊지 못해 무슨 일을 하겠냐?”는 등의 금연 권고에 애연가들은 선뜻 할 말이 없다.

“예전엔 담배 많이 피우는 사람을 애국자라고 했는데…” 정도의 변명이 기껏 나올만한 대꾸다. 실제 1970년대 한 장관이 이런 말로 애연가들 사이에서 ‘담배명언’으로 통하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정부 차원에서 외산담배가 아닌 국산담배를 권장했고, 전매청은 그만큼의 세 수익을 올렸다. ‘질이 나쁜 담배라도 많이 팝시다. 남이야 애연가를 무엇이라 말하든 간에 이익을 많이 냅시다. 이익을 톡톡히 내는 것만이 전매청의 일입니다’는 흡연 독려의 글까지 나돌았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당시엔 그랬다.

나폴레옹이 연회에서 온갖 귀금속으로 도배한 한 귀부인이 담배장사를 하는 남편의 아내라는 소리를 듣고 나라 사업으로 담배를 시작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가 금연캠페인을 폭넓게 진행하면서도 ‘담배에 대한 규제’를 보다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국가사업’이라는 성격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는 금연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지 못하는 것 같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외국계 담배회사 JTI코리아가 부산해운대에 흡연실을 만들고 매너 있는 흡연문화 정착을 위해 휴대용 재떨이와 음료 등을 제공하며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국금연연구소에 따르면, 이 흡연 이벤트는 정부의 용인 하에 진행되고 있는데, 국제행사장에서 꼭 담배 장사를 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매너를 지킨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전제 조건을 달아 놓고 흡연을 부추기는 홍보를 큰 국제행사장에서 꼭 해야만 할까,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정부가 벌이고 있는 금연캠페인이 지극히 형식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이런 태도 때문 아닐까. 우리나라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혐오스러운 건강 폐해 실상을 담배 겉면에 부착하지 않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금연캠페인의 정도도 약하다 한다. 흡연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수준도 낮다.

정부 당국은 이번 국제행사장 담배 장사 홍보 논란을 계기로 진행 중인 금연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강력한 금연캠페인은 사회의 건강을 위해 또 비흡연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국가의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흡연 폐해를 알리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담배는 좋지 않은 것이다. 악이다’고 외치는 홍보도 필요하지만, 흡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불행해 질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매우 지속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길거리 금연구역을 대폭 늘이고, 이를 어기는 이들에게는 고액의 벌금을 부과해 ‘타인의 건강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을 무서워서라도 못하도록 해야 한다.

금연캠페인의 일환으로 담배가격의 대폭 인상 방안도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는데, 이제 어떤 결과물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내년 총선과 대선 공약으로 △담배가격 대폭인상 △금연구역 확대 △금연 관련 규제 위반 시 강력한 벌금 부과 △흡연 가능 식당에 대한 별도세금 부과 △담배 상품 겉면에 흡연 폐해 혐오 광고물 부착 의무화 △금연 캠페인 강화 등 금연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안이 나온다면 국민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흡연과 관련 국민들은 담배 피우는 자, 안 피우는 자, 피웠는데 끊은 자, 지금은 안 피우지만 앞으로 피울 가능성이 있는 자 등 네 종류로 나뉜다. 하지만 크게 보면 딱 두 부류다. 피우는 사람, 안 피우는 사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고, 금연에 대한 인식 확대가 뚜렷한 마당에 대국민 공약으로 한번쯤 나옴직한 이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