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과 중국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환율 효과로 이익을 보는 개도국 특히 중국을 노려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려는 일명 ‘환율법’ 때문이다.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상계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 이 법안을 놓고 미 국내외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 보면 보호무역 시대로의 회귀가 아니냐는 비판이 중요한 이슈인데, 이와 함께 가장 주목을 끄는 또 다른 요소는 중국이 왜 강력히 반발하며 언제쯤 이 같은 입장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날 것이냐는 점이다.
미국 상원이 11일(현지시간)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이미 이 법안의 추진에 대해 여러 경로로 불편함을 드러내 온 중국은, 법안이 통과되자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즉각 불만을 다시 드러냈다. 신화통신은 “이 법안은 중국을 겨냥해 위안화 절상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미국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을 받았음에도 미 상원은 표결로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의 성격에 대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6일 이 법안이 국제조약 및 의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법안 추진 과정에서 언급된 “이 법안만으로 미국 경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시각을 재확인한 셈이다.
◆물가불안, 대규모 경기부양 난조 때문에 절상 필요한데…
중국은 위안화 위상 강화에 따라 완전태환과 절상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지만, 미국의 압력에 의한 강제적 절상 추진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는 수출 경쟁력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중장기로 문제를 풀기를 원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그간 절상 카드를 적절히 활용해 오기도 했다. 그간 위안화 가치 변동 흐름을 보면, 중국 정부가 지난해 6월 환율개혁을 통해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래 8월까지 위안화는 7%나 절상됐다. 8월만 떼어 놓고 보면, 달러화 대비 0.9% 절상돼 1년 중 가장 큰 절상폭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당국이 수입물가 인하 효과가 있는 위안화 절상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이 통화정책에 변화룰 주기 어렵고 대규모 부양도 시도하기 무리가 있다고 볼수록 이 같은 위안화 절상 카드의 활용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이 4분기 중국이 추가적인 통화 긴축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중국증권보가 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 있으며, 한국은행도 지난 9월25일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중국 정부는 현재의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2008년과 같은 대규모의 경기 부양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위안화 절하 기조의 환율정책은 유럽연합(EU), 미국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2008년과 같이 위안화 절상을 중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소규모라도 유로화 표시 자산매입을 늘려 선진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유로지역 채무위기 해소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은행은 내다봤다.
중국의 CPI(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달 연속 6%를 넘었고 9월 지표 역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 흐름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하는 측에서는 여기에 위안화 절상으로 수입 물가 압력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을 주요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불투명한 중국 경기를 풀려면, 향방에 따라 중국 정부가 금리 인상보다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과 위안화 절상 카드를 혼합하며 적정 수위를 찾아 나가는 형태로 움직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겨울까지 불안한 물가를 잡기 위한 유용한 카드 중 하나인 위안화 절상에 대해 중국이 특히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간의 정치적 갈등이라는 측면에서만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절상=중장기 카드’ 수출 경쟁력 판단, 경착륙 우려도 작용
물론 위안화 환율은 중국이 사용 중인 과열 억제 카드다. 하지만 위안화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질 경우 수출 기업들의 도산과 이에 따른 실업자 증가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중국 경제가 고공 행진을 지속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다. 중국은 현재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나은 듯 보이지만 경제가 급강하할 위험성은 여전히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명 ‘경착륙 우려’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7%대로 나오면서 이를 경착륙 예보라고 해석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경제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아직 실마리가 드러나지 않은데다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강하게 되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올라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돼 통제력이 약해진다. 이런 상황은 자칫 중국 경제가 일거에 과도하게 하강, 경착륙하게 될 위험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위안화 절상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 또한 자각하고 있으며, 절상 논란이 남의 압박에 의해 떠멀리듯 진행하는 점은 더더욱 반갑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중국 스스로가 그리는 로드맵에서 현재 받는 위안화 절상 압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세계경제 리더십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과제’를 보면 중국은 커진 경제적 위상에 비해 금융 부문이 동반해 성장하지 못해 고뇌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의 파워 문제인데, 금융 부문에서의 위안화 위상은 미국 달러화는 물론 유로나 엔화와 비교조차 힘들다. 이는 중국 정부가 거시정책의 독립성과 재량권을 훼손시키지 않으려 매우 완만하게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한다.
즉, 현재와 같은 현실에서 중국이 미국처럼 기축 통화국으로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무역수지 적자를 용인한다는 선택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당국도 내수의 확대와 경상수지 균형 목표를 천명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목표이다.
중국 해관총서는 올해 1분기 중국의 무역수지가 10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2004년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이 같이 무역수지 적자 상황을 지속적으로 용인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앞으로 중국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중국 위안화가 중장기적으로 강세의 흐름을 탄다면, 언젠가는 위안화가 달러와 역할을 분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위안화 무역 블럭이 동아시아 지역에 뿌리내리고, 중국이 영향력을 더욱 확장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아직은 수출이라는 성장동력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중국으로선 적절한 시기를 봐서 선택할 수 있는 중장기 카드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단기적으로 현재 문제를 푸는 데 유용한 카드이고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당장 외부에서 위안화 절상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데 정치적 불쾌감을 넘어선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절상 압력에 한층 유연한 반응을 보이는 문제는 경착륙 먹구름이 걷힐지를 가늠한 뒤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