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증권이 10일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증권사 ‘빅5’ 중 하나대투증권과 현대증권을 제외하고 대우증권(9월7일), 우리투자증권(10월7일)에 이어 삼성증권도 수천억원대 몸집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목적은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추진 중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즉 대형 IB(Investment Bank·투자은행) 자격을 얻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막대한 수수료와 이자수익이 기대되는 ‘프라임 브로커’가 되기 위한 대혈전이 막을 올렸다.
국내 증권사 ‘빅5’ 중 하나대투증권과 현대증권을 제외하고 대우증권(9월7일), 우리투자증권(10월7일)에 이어 삼성증권도 수천억원대 몸집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목적은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추진 중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즉 대형 IB(Investment Bank·투자은행) 자격을 얻기 위함이다. |
◆대우證 ‘선제공격의 위엄’
포문을 연 것은 대우증권이다. 지난달 7일 1조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하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이튿날 대우증권 주가는 14.1% 급락하며 가격제한폭까지 주저앉았다. 유탄을 맞은 증권업종은 그날 하루에만 7.39% 하락했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7일 1조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튿날 대우증권 주가는 14.1% 급락하며 가격제한폭까지 주저앉았다. |
대우증권 측은 조달된 자금 중 해외거점 확대와 국내외 상품운용 및 판매확대, 신사업 및 IT 인프라 투자 등에 각각 3000억원, 기업금융관련 사업 강화 및 중장기 자본투자에 5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상당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대우증권의 매수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인 코멘트를 쏟아냈다.
SK증권 안정균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자기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며 “한국의 IB 시장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손익이 창출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본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2조7000억원의 자기자본을 감안하면 프라임 브로커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3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증자 규모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청약 할당량’에 일부 직원 볼멘소리
하이투자증권 김지현 연구원도 “헤지펀드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익 개선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시일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돼 증자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7일 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증자에 성공하면 자기자본 규모는 12월 기준 3조4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러나 대우증권의 행보는 여전히 빠르다. 지난달 30일 94%에 달하는 우리사주 청약 기록을 세운 대우증권은 지난 10일 신주인수권 증서를 상장했다. 시장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대우증권은 ‘국내 자기자본 1위’ 타이틀과 ‘한국형 IB 1호’ 예정 증권사의 입지 사수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이달 7일과 10일 잇따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으로서는 업계 주도권을 뺏긴 모양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우리·삼성증권의 유증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규모의 투자이며 대우증권이 시장에 불붙인 불확실성을 다소 진정시켰다는 것이다.
◆‘적절한 2등’ 우리·삼성證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7일 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증자에 성공하면 자기자본 규모는 12월 기준 3조4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3사 중 가장 작은 규모인 4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증권은 ‘무리 없는 결정’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
KTB투자증권 조성경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증자 여부보다 규모가 관심사였다”며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증자가 결정된 점은 주가 센티멘트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10일 3사 중 가장 작은 규모인 4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증권은 ‘무리 없는 결정’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은 “증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주주가치 희석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이미 9월 이후 20% 가까이 하락한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증자 부담은 상당부분 반영됐고 투자심리의 민감도도 떨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충격 줄어도 업황은 ‘흉작’
대우증권에서 촉발된 시장 충격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업황은 ‘흉작’이다. 증권업종은 업황 둔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HMC투자증권 박윤영 책임연구원은 “증권업종 지수가 올해 들어 최근까지 코스피지수를 50% 가까이 하회하면서 부진했다”며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증권사들의 가중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은 8%대 중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수익성 악화의 주된 이유는 8월 이후 시장 급락, 증권사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진 압박, 감독당국의 규제 심화, 대형증권사들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밸류에이션 희석 우려 등이 악재로 작용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IB 육성을 위한 정책 변화와 막대한 자금 조달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득(得)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실(失)이 크다는 분석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원재웅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의 경우 자기자본 4조원은 골드만삭스의 1/19에 불과해 글로벌 IB 수준의 PI투자(Principal Investment·자기자본직접투자)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대규모 증자가 단기간에 추가적인 수익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