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재 증시 전반을 두고 '2008년 리먼사태의 데자뷰'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네요. 그렇습니다. 대외 리스크에 증시가 요동을 친다는 점과 글로벌 증시 변동성 심화 급락, 중장기적 경제 침체 등, 여러모로 기분 나쁘게 닮았습니다. 단지 당시와 다른 점은 악재의 규모가 더 광범위해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영역에 위치해 있다는 정도뿐입니다.
무엇보다 잇단 증권맨들의 자살소식은 2008년 금융암흑기 당시와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증시 폭락과 투자 실패, 연장선상에 있는 이 두 악재는 결국 증권맨들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훼손하는 극악의 시너지로 작용했나봅니다.
지난 8월 대구에서는 K증권 영업직원이 주식 투자 실패를 비관, 아파트에서 몸을 내던져 스스로 목숨을 버렸고 이어 S증권의 한 직원도 주가 폭락에 따른 스트레스로 자살을 택했습니다.
지난달 말엔 주변동료에 고객과 본인의 주식투자 실패에 대해 하소연해오던 D증권사 영업부 직원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얼마 전 뉴스에 나온 인터넷 자살카페의 동반 자살자들이 사실은 주식투자카페 회원들이었다는 둥의 괴담까지 꼬리를 물고 있네요.
이렇듯 일련의 자살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자 지난달 말 증권가 메신저엔 '증권사 직원의 다짐'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이 퍼졌습니다. 증권맨들의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서약서가 나돈 것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옥상에는 가지 않는다 △우울해하는 직원이 있으면 집에서 잠자는 것을 확인하고 온다 △유리창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유 없이 거울을 1분 이상 보지 않는다 △고객과 마주칠 수 있으니 비싼 것을 먹으러 다니지 않는다 △피할 수 있는 술자리는 피한다 △화장을 하면 눈가에 스모키를 더해 피폐한 모습을 연출한다
우스개로 치부하기엔 무거운 내용이라 D증권사와 S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메신저에 유포된 서약서와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이들은 이 서약서가 실제 몇몇 증권사 오전회의에서 거론된 내용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모두 자신의 증권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하면서도 직원들이 모두 이 내용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개미지옥 장세 속에서 나름 짭짤한 수익을 거둔 H, S증권사를 비롯한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서약서의 뒷부분 내용을 강조해서 읽어보라는 지시까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눈 멀쩡히 뜨고도 코 베이는 1960년대 서울 같은 장세에서 어느 증권사는 수익을 올리고 어느 증권사는 넥타이를 목 위로 올리고… 적자생존의 냉혹한 자본시장 이치가 맨몸으로 맞는 가을바람보다 더 차갑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