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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내곡동에 명박산성 쌓으시겠다는 것인가”

야권, 홍준표 대표 겨냥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아방궁’ 발언 사과 촉구

최봉석 기자 기자  2011.10.10 17: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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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부동산실명법위반이라는 불법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노무현 대통령 사저에 대해 아방궁이니 노무현 마을이니 타운이니 매도했던 한나라당 인사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지 되묻는다. 그들의 후안무치함에 개탄을 금할 길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이 아닌 서초구 내곡동에 새 사저를 마련하기 위해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입장 표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과거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아방궁’에 비유하며 정략적 정치공세를 펼쳤는데, 이 대통령 사저 건립용 부지 매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의 입장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초기 시절 “지금 노무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놓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맹비난하고 “혈세를 낭비해 봉하에 웰빙숲을 조성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보수언론들은 앞다퉈 ‘노무현 타운’을 보도했고, 일부 국민도 이들의 보도를 믿고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으로 오해했었다.

그러나 ‘아방궁’의 진실은 단정한 현대식 주택이 들어선 시골마을 풍경에 다름 아니었다.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현지를 다녀간 수십만 명의 국민 중 어느 누구도 ‘아방궁’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야권이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이 대통령 퇴임 후 사저가 지나치게 호화스러운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비롯된다.

홍 대표가 ‘아방궁’이라고 비난했던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경호시설 부지 매입 비용은 2억5900만 원이었는데, 지난해 청와대에서 논현동 근처에 경호시설 부지 매입 비용으로 70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다가 전직 대통령과 형평성 등의 문제로 국회가 40억 원으로 삭감한 바 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홍준표 대표는 취임 이후, ‘아방궁’ 발언을 사과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끝내 침묵했었다. 이제라도 홍 대표와 한나라당의 명확한 입장을 듣고 싶다”면서 “이 대통령 사저 건립 논란에 대한 입장은 한나라당의 일관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내 편, 네 편 가릴 것 없이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퇴임 대통령 사저 건립에 대해 ‘아방궁’이라며 선정적 공세를 폈던 홍준표 대표가 자당 출신 대통령의 문제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면 곤란하다”면서 “당장 경호시설을 위한 부지 매입비가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에 비해서 15배가 넘는 40억원으로, 분명 국민 상식에 비추어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민세금으로 지어지는 사저에 대해 ‘투기 의혹’과 ‘불법증여’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집권여당의 입장 발표는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과 홍준표 대표는 지금이라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아방궁’ 발언을 사과하고, 이 대통령 사저 건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남의 눈의 티끌은 보고,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는 게 민주당의 충고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통해 “2007년 9월 9일과 2008년 1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에 대한 한나라 대변인이던 나경원 후보의 논평을 그대로 되돌려 준다”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당시 논평을 인용,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성주로 살겠다는 것이냐.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뭐든 다 해봐서 없이 사는 서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하시던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 쇠고기 촛불집회 때는 광화문에, 퇴임하신 후에는 내곡동에 명박산성을 쌓으시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우리 국민도 빈손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빈손으로 청와대를 나오는 그런 대통령이 보고 싶을 것”이라면서 “세금을 주머니 돈처럼 쓰겠다고 하는 발상이 매우 경이롭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 주변을 이명박 대통령처럼 엄청난 혈세를 들여 알 수 없는 복잡한 거래로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매입할 까 싶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당초 경제대통령을 자임했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강조하셨던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 소박한 집 한 채로 돌아간다면 존경받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께서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매도했던 홍준표 대표는 지금 이 순간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가”라면서 “홍준표 대표는 봉하사저의 15배인 내곡동의 ‘울트라 아방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2008년 10월 14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봉하마을 현장조사를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면서 “홍준표 대표는 즉각 내곡동 현장조사를 지시할 것을 간곡히 간곡히 촉구한다”고 비꼬았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한발 나아가 논평을 통해 “내곡동 땅은 2006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현재는 지구단위 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어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전망이어서, 사실상 투기에 가깝다”고 현직 대통령의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우 대변인은 “청와대는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구입했다고 하지만, 논현동에 버젓이 집이 있음에도 50여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뿌리며 새로운 땅과 건물을 구입한다는 것은, 전월세 하나 구하기 힘들어 주거란으로 고통받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배신감마저 드는 일”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현직 대통령과 그 아들이 청와대 권력을 동원하여 자신이 해제시킨 그린벨트가 개발계획구역으로 지정된 것을 교묘하게 이용해 합법적인 나라예산을 ‘재산축적용 투기’에 전용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면서 “더군다나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은 언론의 질문에 사적인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했으나, 나라예산으로 구성된 경호시설비용이 어찌 사적비용인가. 국민 무시하기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경호시설 비용은 엄연히 국민혈세로 이루어진 돈”이라면서 “자기 집이 있음에도 굳이 국민 혈세를 한 푼도 남김없이 모조리 쓰겠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이 퇴임 후 제 살 궁리만 하는, 재벌대기업 사장출신의 장사 속으로 보여 씁쓸하기만 하다”고 이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자유선진당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벌써부터 퇴임 후를 준비하다니 그렇게 한가로운가”라고 반문하며 “대통령은 퇴임 후의 사저를 준비하려는 마음가짐에서부터 그토록 걱정하던 레임덕이 더욱더 촉발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내곡동 땅에 대해 “투기와 관련된다든가 새로운 이익을 취한다든가 하는 상황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