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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곱씹는 순천 '웃시장' 맞춤법?

박대성 기자 기자  2011.10.10 11: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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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웃시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순천시는 북부시장을 우리말인 '웃장'으로 바꿔 달았다. 사진은 순천 매곡동 독자 제공.

[프라임경제] 전남 순천시가 재래시장인 북부.남부시장 명칭을 각각 '웃장.아랫장'으로 변경했지만, 한글 표기법과는 어긋나게 바꾼 것으로 드러나 뒤늦게 입방아거리가 되고 있다.

10일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에 '순천시 시장운영 관리조례'를 변경해 기존의 북부시장을 '웃시장'(장날 5,10일)으로, 남부시장은 '아랫시장'(2,7일)으로 공식 변경했다.

순천 사람들은 예부터 '남부시장'은 '아랫장'으로, '북부시장'은 '웃장'으로 불러왔다. 시에서도 이를 반영해 재래시장 명칭을 변경했다.

'동.서.남.북부시장'은 타지역에도 흔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변경한 것. 시에서 한자어로 된 시장 명칭을 한글로 바꾸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작 맞춤법이 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래'는 '위'와 대립되는 단어다. 예를 들어 '윗니와 아랫니', '윗도리와 아랫도리', '손윗사람과 손아랫사람', '윗못과 아랫목' 등이 대표적인 대립되는 단어다.

따라서 순천시가 말하는 ‘웃장’은 ‘아랫장’의 맞섬 말이므로 ‘윗장’으로 표기해야 올바른 표기법이 된다. 접두사 '웃'은 대립이 없는 경우에만 쓰인다. '웃돈', '웃어른', '웃거름' 등이 그 예이다.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집필자인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이은희 기자는 "'아래'와 '위'가 있는 경우엔 '윗'을 쓰고, 없을 때는 '웃'을 쓰게 돼 있다"며 "순천 '웃장'과 '아랫장'의 경우 아무래도 한글 맞춤법에 맞게 '윗시장/아랫시장'으로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역신문에 '우리말사랑'을 연재한 초당대 교양학부 김창진 교수(국문학)는 반면에 "순천 웃장의 경우 아랫장과 쌍이 되는 말이므로 맞춤법 표기는 '윗장'이 맞겠지만, 지명의 경우 그 지역만의 역사와 전통, 고유한 생각을 반영해 전통지명은 예외규정으로 둘 수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 관계자는 "옛날부터 북부와 남부시장을 ‘웃장과 아랫시장’으로 불러와서 여론을 수렴해 바꾼 것"이라며 "한글 맞춤법이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미처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