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만권경제구역청 청사건물. 영문으로 GFEZ라는 간판을 병기해 달아놨다. |
[프라임경제] 국가 기간 공기업들이 국제화를 내세우며 기관명칭을 영문 약칭으로 짓고 있어 민원인들의 불편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기업은 사회공공의 복리증진을 위해 운영되는 기관으로서, 사기업과는 대비될 수 밖에 없어 민원인 배려가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6일 전남 동부권 공기업에 따르면 지난 8월에 출범한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최근 홈페이지와 보도자료에 'YGPA'로 병기해 배포하고 있다. YGPA는 Yeosu Gwangyang Port Authority의 약자라는 것이 항만공사 측의 설명.
또 경제활동 특별지역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도 영문 표기를 GFEZ(Gwangyang Bay Area Free Economic Zone Authority)로 홍보하고 있다.
이 밖에 전라선 여수.순천역에서 첫 운행된 철도공사도 코레일(Korea Railroad)로, 고속철도는 KTX로 바꿔 부르기를 좋아하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합병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도 LH로 바꿨고, 아파트 상표도 한글이름인 기존 '뜨란채'를 LH 아파트로 도색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를 의미하는 'Expressway'의 머리글자인 'EX'를 영문 사명으로 채택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소.대문자를 섞은 'aT'로, 한국전력은 KEPCO'로, 순천시도 2013순천만정원박람회의 영문명칭으로 '에코지오(ECOGEO)'를 명함과 뺏지에 새겼다.
문제는 이런 영문명칭에 대해 대다수 시민들이 잘 모른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정모씨(49)는 "광양경제구역청에 업무를 보러 갔는데 청사 간판에 GFEZ라고 달아 놨던데 무슨 뜻으로 영어를 썼는지 의아하다"고 말했고, 여수 신기동민 조모씨(28.여)는 "여수광양항만공사라는 이름도 좋은데 굳이 YGPA라고 불러줘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초당대 교양학과 김창진 교수(국문학)는 "해외로 진출해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국내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행정을 펴는 공기업이 앞장서 우리말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언어학적 의미전달 측면에서도 도로공사는 약칭 '도공(道公)'으로, 한국전력은 '한전'으로 불러서 줄여불러도 의미가 전달됐지만, 현재의 도로공사 'EX'는 암호같아 의미전달이 어렵고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영어약칭"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만공사는 BPA, 인천은 IPA로 부르고 있어 우리 공사에서도 영문명칭을 YGPA로 지었는데, 여수나 광양 한곳이라도 뺄 수 없어 YGPA라고 지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