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소식들은 오는 13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그리스와 관련해 해법이 논의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등 비관적 소식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유로존 위기 진화의 실마리가 잡힐지 주목된다.
◆스트레스 테스트 준비, 지난 여름 것으로는 부족
FT는 유로존 고위관료를 인용, 유럽 은행감독당국이 유로존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스트레스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준비는 그리스 디폴트를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가 붙은 보도이나, 유로존 차원에서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위해서 전제하는 것은 명백히 ‘그리스 디폴트’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더욱이 스트레스 테스트는 이미 지난 여름에 진행된 바 있어, 당시 부족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다시 반영해 진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월 유럽금융청(EBA)에 의해 진행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유로존 내 21개국 90개 은행들 가운데 5개의 스페인 은행과 2개 그리스 은행, 1개의 호주 은행이 통과하지 못했으며 이들은 총 25억유로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이 당시 이미 향후 그리스가 어떤 형태로건 디폴트에 처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테스트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었다.
당시 EBA는 신용등급 4단계 강등 시나리오는 그리스처럼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의 디폴트를 가상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준비 보도는 당시 테스트만으로는 시나리오 마련이 충분치 못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7월 스트레스 테스트 당시 은행들은 이번 테스트에서 그리스 부채에 대한 15%의 헤어컷을 가상해 손실을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부터 전문가들은 실제 디폴트가 발생한다면 그리스 부채 가치의 절반이 위험에 빠질 것으로 추측했으므로,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에는 상당한 확충 필요성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스 디폴트론 ‘맹위’ 떨치면서 상각 비율 조정론 ‘솔솔’
CNN머니는 5일(현지시간)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EG)의 유럽 책임자인 볼판고 피콜리 발언을 인용, “(그리스가) 디폴트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단계에서 문제는 시기다”라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IMF쪽에서 그리스 2차 프로그램의 정교한 처리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이대로 연착륙이 가능할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IMF 안토니오 보르헤스 이사는 5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유로존·IMF 등의 구제금융, 민간채권단 참여(PSI), 그리스의 자구노력 등으로 이뤄진 그리스 2차 지원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르헤스 이사는 “재평가를 통해 나올 프로그램은 이전보다 그리스의 채무감당능력과 경제성장 복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르헤스 이사는 “재평가를 통해 수정될 프로그램은 긴축과 자산 매각보다는 그리스의 채무감당 능력과 경제 성장 능력 회복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보도에서 함께 나온 보르헤스 이사의 “그리스 채권에 대한 대규모 상각은 오는 12월까지는 없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없지 않다. 시장 일각에서는 민간채권단의 상각 비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미 외부 지원에 전제가 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그리스 체력에 걸맞게 2차 지원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다듬다 보면, 결국 채권 상각 비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5일(현지시간) 민간채권단의 상각 문제에 대해 입장의 변화를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필요하다면 그리스에 대한 1590억유로(2120억달러) 2차 구제금융 지원중 민간채권자들의 손실분담 비율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재무부는 지난달말 독일이 손실분담 비율 확대(상각 비율 상향 조정) 주장을 하고 있다는 보도 이후 “독일은 그런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으며 그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이런 입장이 조만간 명확히 번복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불확실성 정리 전기될 가능성에 주목
결국 유럽 은행들을 상대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추진되고 있는 현상황은, 그리스 지원과 관련해 디폴트 논란을 효과적으로 잠재우기 위해서는 채권 상각 비율 조정 등이 불가피하다는 논의가 유효한 상황에서 은행 등이 입을 타격 규모를 한층 확실히 예상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상각 비율 조절론에 힘을 실어주는 발판이 될 수도 있고, 불확실성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논의 확대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확보되고, 2차 지원안이 다듬어진다고 해도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실제로 연결되기까지는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와 독일간 이해 대립 등 난제가 다시 불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바로엥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로존 위기 때문에 은행들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면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니라 유럽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고, 그리스 2차 지원때 민간부문의 채무삭감비율을 상향조정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표한 바 있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과 그리스 22차 지원안 논위 국면은 유럽 은행들이 상당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지만,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관련 국가들간의 입장 차이를 조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진행 과정에서 그리스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전화위복의 단초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