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애플의 창립자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5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아이팟 시리즈와 이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진 ‘애플 신화’ 그 자체였던 잡스의 죽음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4일 아이폰4S 출시 직후 ‘혁신과 진화는 끝났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애플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상대적으로 특허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삼성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희대의 천재가 세상을 떠났다. 애플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창립자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애플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스티브 잡스가 5일 타계한 것을 전하며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스티브의 명석함과 열정, 에너지는 우리 세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끝없는 혁신의 근원이었다. 세계는 스티브의 덕분에 진보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놀라운 유산에 감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 2004년 췌장암 진단 후 7년 만에 숨져
천재를 무너뜨린 것은 암이었다. 2004년 8월 스티브 잡스는 애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췌장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췌장암은 특히 전이가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은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잡스는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상태이며 자신이 없는 동안 영업과 운영을 담당하던 부사장 팀 쿡(Tim Cook)이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2009년 잡스가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이미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거나 재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잡스의 정확한 병명은 섬세포 종양(islet cell tumor)으로 미국 전역에서 1년에 단 2500건 정도 보고되는 희귀 질환이다. 췌장의 신경내분비 세포에서 발생하며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업계를 비롯해 IT 시장 전체는 충격과 함께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짓는 잣대”라는 명언을 남길 만큼 아이디어 원천이나 다름없는 잡스의 죽음은 시장의 원동력이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잡스의 사망에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팬택은 “현재 모바일 업계의 큰 틀을 만든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달리한 데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심심한 조의를 표하고 싶다”며 “애플이 시장에 가져 온 충격이 상당히 컸고 그 원동력의 원천이 스티브 잡스였다”고 밝혔다.
팬택 관계자는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낸 세상은 한 차원 높았다”며 “약간 독선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모바일 업계의 진취적 발전을 이끌었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 삼성, LG전자 무섭게 상승
반면 후발 업체들의 애플 따라잡기에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애플이 선도하던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한금융투자 김영찬 연구원은 “애플의 혁신과 창조는 대부분 잡스를 통해 이뤄졌고 제품 디자인, 기술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상당부분 잡스의 손을 거치는 등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며 “애플이 잡스의 공백으로 전략적인 열세에 놓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애플이 4일 기존 아이폰4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아이폰4S를 신제품으로 내놓은 것도 전략보다는 불가피한 기술적 측면이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는 반면 애플은 기존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아이폰4S를 내놔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며 “애플이 향후 LTE 등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출시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여 이 기간은 삼성전자에게 반격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세에 몰려있던 LG전자도 하이엔드 제품 출시 등으로 회생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연구원은 “LG전자는 올 11월 LTE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동안 뒤쳐졌던 명성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전 9시20분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보다 4% 가까이 치솟으며 시장의 충격을 대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4.04%(3만4000원) 오른 87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전자 역시 전일보다 7.19%(5000원) 치솟은 7만4500원에 거래가를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