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강을 생각해 HTS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냥 장기저축에 묻어놨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코스닥시장에 비해 투자여건이 양호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유가증권시장을 찾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네요. 5년 후에 들여다보려고요."
개인투자자 김진용(36, 프로그래머)씨는 요즘 뒷골이 자주 당긴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 지난 7월 만기가 완료된 적금으로 지수 하락 때마다 저가매수에 치중했지만 결국 '주식 문외한'인 아내의 조언이 옳았다. 5000만원을 투자한 김씨의 주식은 현재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무디스의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향 조정, 미국 제2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부도설 등 연이은 대외적 악재에 우리 증시가 무너지고 있다.
또 최근 중국이 발표한 제조업구매자지수가 3개월 연속 부진하게 나오는 등 유럽과 미국에 이어 중국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 또 다른 악재가 터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런 상황이 어느 때보다 두려운 건 바로 개인투자자다. 유로존 리스크에 추풍낙엽처럼 흔들리는 우리 증시가 원망스럽고 현 상황에서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조언들도 귓전을 스칠 뿐이다. 무엇보다 개인과 반대로 움직이는 외국인들이 못내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 9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코스피지수가 2% 넘게 하락한 날은 모두 엿새다. 이 가운데 외국인과 개인이 같은 수급 양상을 보인 날은 지난달 26일 단 하루뿐이다. 이날만큼은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모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그러나 나머지 5거래일 외국인은 '팔자'에 몰입했고 개인은 '사자'에 올인했다. 한마디로 개인이 외국인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한 셈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코스피지수는 81.92포인트 하락하며 4.39%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외국인은 3319억원어치 내다팔았다. 반면 개인은 7400억원가량 사들였다. 이어 63.77포인트(3.52%) 내린 9월 9일 외국인은 1132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은 1457억원 순매수했다.
또 9월 22일 코스피지수가 53.73포인트(2.90%) 떨어지자 외국인은 3011억원 팔아치웠으나 개인은 7625억원가량 매수세를 보였다.
지수가 대폭락한 지난달 23일(103.11포인트, 5.73%↓)도 외국인은 6676억원 차익실현했지만 개인은 9071억원가량 매수 우위를 보였다. 전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고 장을 마감한 5일 현재도 외국인은 3002억원가량 순매도한데 반해 개인은 7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기관까지 외국인과 유사한 매매양상을 보이자 개미들의 아우성은 연일 극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S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장세는 예측의 영역을 벗어난 상태라서 보고서를 내기도 쉽지 않다"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게 관망이 최선이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를 내놓고 내달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자금 지원 결정을 내리면 유럽 사태가 진정 국면을 보일 것"이라며 "이때까지 손절매를 통한 현금 확보 전략도 고려할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