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채와 71억5000만유로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14일을 앞두고, 이탈리아의 신용 등급이 큰 폭으로 하향조정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2’로 3단계 강등해(현지시간 4일)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증권 시장 등에 이번 소식이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 코스피 시장의 경우 5일 장초반 혼조세를 보이는 데 그치고 있는데, 이미 지난달 S&P에 의한 이탈리아 등급 강등 조치에 의해 학습 효과가 발생, 충격이 완화돼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전일 다우 지수의 상승 마감을 이끌어 낸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 발언 효과가 이탈리아 악재를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은 그리스발 위기를 전이 혹은 증폭시킬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며, 신용평가사들이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특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
◆공공부채 많은 국가에 호의적 시선은 없다
그리스가 유로존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지만, 이탈리아 신용등급 문제가 부상하면서, 유로존 위기 해석 방법의 무게중심 이동이 감지되고 있다. 공공부채 문제가 부각되면 중국이나 일본도 문제가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
이런 와중에 S&P에 이어, 무디스도 이탈리아에 관한 부정적 시각을 공식화함으로써, 위기 진화 작업 중인 유로존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현재 경제난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무디스와 S&P가 이탈리아 평가에 있어 공히 공공부채 문제를 주목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 하다. 신용평가사들은 성장 동력이 약한 점, 국가 지도력 문제 등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부채는 많지만 재정은 비교적 양호한 이탈리아까지 위기에 몰리는 것은 신뢰의 위기에 따른 ‘자기충족적인 악순환’ 상황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으로, 부채 자체에 대한 해결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구제하기에도 너무 큰 伊, 그리스보다 더 문제”
뉴욕대 루비니 교수는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문제가 유동성 부족과 재정 긴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루비니 교수는 “문제는 그리스 파산이 아니다. 방 안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이라는 거대한 코끼리 두 마리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실패하기엔 너무 크지만 구제하기에도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는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 처했을 뿐이며 재정 긴축 개혁을 통해 상환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단언하고 유로존 국가들이 정부부채를 ‘자기충족적으로 다룰’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규모는 그리스의 5배에 이르는 1조8900억유로에 이르고 있는데, 이 규모 자체가 갖는 문제 자체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부채發 아시아 신용등급 연쇄 시나리오도 대비 필요
이런 공공부채 과다 문제가 신용등급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은 유로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미 지난 9월8일 중국과 일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바 있다.
피치 앤드루 콜크하운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신용등급 책임자는 8일 중국의 위안화 표시 채권 신용등급이 앞으로 12~24개월 안에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피치는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위 네 번째 등급인 ‘AA-’로 매기고 있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A+)보다는 한 단계 높다. 콜크하운은 “중국 은행권에서 주목할 만한 자산건전성 악화현상이 예상된다”며 “12~24개월 안에 이처럼 금융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거나 심화할 경우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현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신뢰할 만한 긴축재정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가 일본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부채 증가를 이유로 올해 들어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풀이된다.
공공부채 등 공공 영역에서의 자산건전성 문제가 아시아 주요 국가들에 대한 신뢰 저하와 직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역시 그간 재정이 건전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공공부채 위험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010년 말 공공기관 부채는 2006년말(226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70.5%(159조8000억) 늘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통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역시 공공부문 부채 문제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 의원은 9월19일 “MB정부 들어 일반 정부는 52.1%, 공기업은 85.7%, 민간 기업은 28.1%, 개인은 32%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모든 경제 주체의 금융부채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공부문이 부채 공화국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공공부채 문제에 대한 통제를 잃는다면, 일본과 중국 등과 함께 도미노 영향을 함께 받는 최악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세게경제 위기 국면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으며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공기업 부문의 각종 도덕성 해이 현상이 끊이지 않고 지적되는 상황은, 이런 경제위기의 초점 이동 국면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