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박원순 변호사와 안철수 교수의 기 막히는 드라마를 보면서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은 이제 정치인들도 정치공학이나 기교로 재미 보던 시절이 지났으니 가격대비 성능 좋고, 디자인 좋은 상품이 되려면 정치학 개론보다 심리학 개론을 읽으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런데 사실은 정치인들이 마케팅 개론에 입각한 자기 홍보와 정치 선전을 해온 지 이미 오래다. ‘국민을 향한 나의 마음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국민이 부르면 달려 갈 거야, 무조건 달려 갈 거야~’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선거 때 이 선거송 한 번 못 들어봤다면 국민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에 대형 광고회사가 합법적으로 붙고 ‘노무현의 눈물’편이 국민의 심금을 울렸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까지 소비자들을 상대로 제품과 서비스의 키 메시지와 비쥬얼, 헤드카피를 어떻게 가져 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상업광고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역할이 커진 것인데 그들의 기본 필독서가 ‘마케팅 개론’이다.
정치인뿐이겠는가. 하다못해 동네에서 밥집을 개업하는 아저씨도 ‘PR(피아루)’는 기본이다. 키다리 삐에로와 배꼽을 드러낸 2 명의 치어리더 이벤트는 기본이다. 좀 더 아는 사람은 KBS, MBC, SBS 프로에 나온 맛집이라는 이미지 캡처 사진에 유명인들의 ‘이 집 진짜 맛있어요, 사장님 대박 나세요! 아무개’라는 친필 사인 게시까지도 안다. 이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블로그나 지식인에 지역, 상호, 제품을 키워드로 은근슬쩍 손님을 가장한 자화자찬도 해놨을 것이다. 강남의 모 대형 식당은 SNS(페이스북, 트위터)까지 진출한 지 오래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우리보다 한참 앞선 자본주의 시장 미국에서 꽤 유명한 마케팅 이론 연구 전문가들이다. 공저한 마케팅 분야 이론서도 여러 권이지만 읽다 보면 그 말이 그 말,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거 한 권이면 충분하다. 광고대행사, 홍보대행사, 대기업 마케팅부 등 이 분야 전문가들에겐 이미 고전으로 자리잡은 스테디셀러다.
그들이 본 마케팅은 정신적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인식의 싸움이다. 그 회사, 그 제품, 그 식당, 그 사람 하면 딱 떠올리는 하나의 단어가 중요하다. 달에 최초로 발을 디딘 사람은 닐 암스트롱이다. 그러나 두 번째 발을 디딘 사람은 이름도 없다. 최초의 우주인 소련의 유리 가가린도 묻혀버렸다. 이처럼 압도하지 못할 거면서 그만그만한 제품과 서비스로 기존의 시장과 인식에 뛰어들어 ‘나도 있다’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단어)을 최초로 선점하라는 것이 그들이 제시하는 첫 번째 불변의 법칙이다. 이 선도자의 법칙을 필두로 모두 22개의 법칙이 들어있다.
수학도 아닌 마케팅에 불변의 법칙이 있을 수는 없지만 마케팅에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 하나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주식회사 나’를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 이틀 투자가 절대로 아깝지 않을 책이다. 나를 뽑아달라는, 애용해
달라는 자기소개서 제출, 선거출마, 개업, 창업, 진로선택 전에 꼭 읽어보기를 강권한다.
향기로운 꽃은 가만이 있어도 벌이 날아든다지만 그것도 자기 혼자일 때 이야기다. 만약에 당신이 천리마인데 백락이 알아줄 때까지 마구간에 주저앉아 있다면 당신은 당나라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나를 알려야 뒤쳐지지 않는 ‘자기 PR’의 시대가 된 지 벌써 100년도 더 지났다.
컬럼니스트 최보기 thebex@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