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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초구청이 보내온 이상한 ‘우면산 공문’

이보배 기자 기자  2011.10.04 16: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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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시 국정감사가 진행된 지난 9월27일 기자는 한통의 제보메일을 받았다. 서초구청이 우면산 등 산사태 발생 우려지역 내에 땅이 있는 소유주에게 보수·복구 조치를 일정 기한 내에 하지 않으면 구청에서 사방사업을 한 뒤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서초구청으로부터 이 같은 공문을 받은 제보자를 비롯한 소유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도 이번 산사태의 피해자이며 그동안 공원구역으로 묶여있어 화장실 하나 맘대로 세울 수 없게 했으면서, 이제 와서 구청이 복구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주장이다.

제보 메일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 긴급 안전 조치 요청’이라는 제하의 공문을 등기로 발송했다.

공문은 “지난 7월27일 서울 지역에 내린 100년만의 집중호우시 귀하 소유 토지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인접 지역 주민의 인명 및 재산 등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으니 [급경사지 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 제17조 (재해 예방을 위한 긴급 안전 조치 등) 제1항 및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1조 (재난 예방을 위한 긴급 안전조치) 제1항 규정에 의거 긴급 보수·보강 등 산사태 예방 및 복구를 위한 긴급 안전 조치를 요청하오니 2011.10.06(목)까지 시행하기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서초구청은 “위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3항 및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1조 제4항, 사방사업법 제4조에 의거, 사방지로 지정해 우리구에서 대집행한 후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음을 알린다”고 덧붙였다.

사방지로 지정한다는 것은 자연적, 인위적인 원인으로 산지나 토지가 붕괴되거나 토석, 나무의 유출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토목 공사(사방사업)를 벌이겠다는 의미다.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9월27일 국정감사장에서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이번 산사태를 ‘100년만의 집중호우’로 인한 ‘천재’였다고 거듭 밝히며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공문의 ‘귀하 소유 토지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인접 지역 주민의 인명 및 재산 등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으니’라는 부분은 소유주들의 땅 때문에 인명, 재산에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처럼 이해된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우면산 산사태 이후 서울시와 서초구청 관계자들은 그동안 홍수·산사태를 막기 취한 조치를 취하려고 해도 우면산의 84%를 차지하는 사유지 소유주들이 반대해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제보자는 “그동안 우면산 사유지는 공원지로 지정돼 길게는 40년 동안 어떤 재산권 행사(매매, 건축물 신축, 가축 사육, 농사 등)도 하지 못했다”면서 “그런데도 세금은 꼬박꼬박 챙겨갔다”고 말했다.

재산권 행사가 가능했다면 사유지 소유자들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전에 이미 산사태 예방 조치 등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서초구청 측은 “사유지를 사방지로 설정하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형식상의 공문이었다” “다음달 6일‘부터’ 복구 조치를 시작하라는 의미를 잘못 적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도대체 말도 안 돼는 ‘해명’에 ‘재해명’을 거듭 요구했지만 서초구청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기는커녕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는 서초구청 공원녹지과와 자연생태팀을 거쳐 언론정책과까지 2시간 동안 전화취재를 통해 답변을 요구했지만 급기야 언론정책과 담당자까지 자리를 비웠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서초구청의 ‘책임 회피’는 진 구청장만의 특징이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서초구청의 말마따나 우면산 일대가 사방지로 지정된다면 여태 공원지로 묶여 화장실도 제대로 지을 수 없었던 것에서 나아가 나무 한그루 베어내기도 힘들게 될 테니 이래저래 토지 소유주들의 민원은 더욱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