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는 YTN 뉴스 캡쳐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기존의 정당정치에 염증을 느낀 민심은 조직력으로 중무장된 민주당을 외면하고 무소속 박원순 시민사회 후보의 손을 힘껏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박원순 후보는 조직력이라는 거대한 싸움에서 비록 졌지만 정치변화를 갈망하는 여론의 힘을 얻어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경선은 ‘안철수 원장’의 양보가 시작된 단계부터 ‘혁명을 바라는 민심과 변화를 촉구하는 조직’의 대승부가 될 것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투표함을 개봉하는 마지막까지 혈투에 가까운 명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각종 여론조사에선 박원순 후보가 승승장구했다.
박 후보는 지난 달 30일 열린 TV토론 후 배심원단 평가에서 54.4%의 지지율을 얻어 44.1%에 그친 박영선 후보를 무려 10.3% 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새로운 정치바람을 예고했다.
그리고 국민경선 당일 발표된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도 박원순 후보는 57.7%로 박영선 후보(39.7%)와의 격차를 18.0%포인트로 벌리며 거대 정당인 ‘민주당’의 총력전을 무력화시켰다.
선거과정 내내 “서울시민들이 민주당 박영선의 보편적 복지냐,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가짜복지냐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했던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열세에서 출발해 대역전의 기적을 만들었다”면서 대역전의 드라마를 끝까지 기대했지만, 민주당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키는데는 실패했다.
현장투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일각에선 이번 선거가 부정부패-반복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10년 시정을 심판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은 결국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지만, 뚜겅을 막상 열어보니 ‘박원순 바람’이 민주당의 조직력보다 오히려 더 크고 단단했다.
현장투표에서 51.5% 대 46.3%로 5.2%포인트로 따라붙는 등 ‘채 1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시민후보 앞에서 제1야당은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조직이 없는 박원순 후보가 이처럼 ‘조직’의 힘을 통해 서울시장에 당선된 배경에는 고정화된 조직력을 갖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변화무쌍한 조직력을 갖고 있는 누리꾼들의 힘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종 인터넷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움직임이 민주당을 확실히 무력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누리꾼들은 투표 내내 트위터 등을 통해 “그동안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정당정치를 혼내주자” “서울시민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반드시 알려주자”며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유도했고, 결국 20~30대 젊은 세대들은 기존 정치권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정치신인을 지지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결국 박원순 후보가 “새로운 시대는 그냥 오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 가치, 방법은 수많은 장애물과 방해를 넘어 완성된다”고 주장한 것처럼, 민주당이라는 거대 야당과의 첫 번째 싸움에서도 ‘새로움’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이해와 요구가 박원순 후보를 승리하게 했던 배경이 된 것으로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