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부 스캘퍼(초단타투자자)에 대한 전용선 제공 등으로 불법 논란에 휘말린 주식워런트증권(이하 ELW)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3월 검찰이 ELW 부정거래 혐의로 12개 증권사를 기소한 것을 계기로 당국은 강력한 규제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내달 4일부터 ELW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존 투자자도 일정액 이상의 기본예탁금 즉, 현금이 없으면 주문을 넣을 수 없게 한 것이 결정적이다. 지난 8월 급락장 이후 거래량이 뚝 떨어진 ELW 시장은 까다로운 거래 규정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다음 달 4일부터 ELW 기본 예탁금 제도가 전면 시행된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0월 4일부터 ELW 매수주문을 할 때 기본예탁금 충족여부를 확인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ELW 시장 추가 건전화 방안’의 두 번째 단계로 ELW 보유 잔고가 비어있는 상태에서 매수 주문을 넣을 때 예탁총액이 기본예탁금보다 적으면 주문이 불가능하다.
◆ “오는 30일부터 ELW 인출제한”
ELW 보유잔고가 있으면 기본예탁금을 충족하지 못해도 매수는 가능하다. 거래소는 앞서 지난 달 1일부터 ELW 거래계좌를 설정할 때 기본예탁금 충족여부를 확인하는 1단계 방안을 시행한 바 있다.
ELW 계좌를 신규 개설한 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은 1500만원이며 기존 투자자에 대해서는 투자기간과 성향, 규모 등에 따라 증권사가 500만~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단계적으로 설정한다. 이번 규정은 외국인을 포함한 개인위탁자에 대해 계좌별로 적용된다고 거래소 측은 밝혔다.
또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ELW 거래계좌에 대한 인출제한 제도가 오는 30일 장종료 후부터 시행된다. ELW 보유잔고가 있는 경우에는 기본예탁금을 초과하는 부분만 인출이 가능하며 예탁총액이 기본예탁금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ELW를 전량매도 해야만 인출할 수 있다.
다만 거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량매도주문을 체결하거나 권리행사 결제금액 지급까지는 일정요건과 기간아래 예외를 둘 계획이다.
그러나 전량매도가 체결된 즉시 남은 현금의 인출은 가능하지만 인출 후 ELW를 다시 사들일 경우에는 기본예탁금 충족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일평균 거래대금 1년 새 반토막
ELW에 대한 냉랭한 투자심리는 당국의 규제 강화보다 지난 8월 증시 폭락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2조원을 넘었지만 올해 8월에는 9336억원으로 1년 만에 반토막났다.
특히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극심한 변동장 속에서 증권사들이 ELW 발행에 신중해지면서 거래 종목 자체가 줄었다.
여기에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 제도는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존 투자자까지 시장에서 몰아내는 ‘벽’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ELW 투자자 가운데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55.94%다. 이 가운데 부담스러운 예탁금 규모로 손을 털 투자자가 상당수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올해 2월부터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에서 ELW 관련 교육을 받고 이수증을 받아야 거래 자격을 준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다.
한 투자자는 “기본예탁금으로 1500만원씩이나 제시한 것은 당국이 몇백만원 단위의 개인투자자는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일반 투자자가 본인의 자산을 헷지(Hedge·금전손실을 위한 대비책)하는데 ELW만한 게 없었는데 1500만원이나 되는 예탁금을 조건으로 건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 관계자 역시 “신규 가입자에 대한 기본예탁금 제도 도입은 영향이 미미했지만 기존 투자자에게까지 제도가 확대 도입되면 시장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옵션에 비해 소액 투자가 가능한 ELW의 취지도 일부 퇴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3월 ELW 시장에서 일부 스캘퍼에게 내부 전산망과 서버, 빠른 시세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12개 증권사 대표이사와 전산담당 임원 2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적발된 스캘퍼 5개 조직 18명 중 2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았거나 시세조정에 가담한 증권사 직원 5명 가운데 2명을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