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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순천대 '3수총장' 표절의혹 해법은?

박대성 기자 기자  2011.09.18 11: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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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만약 표절이 사실이라면 잘못 됐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당선자 뒤통수 때리기 행태가 아닌가 씁쓸한 생각입니다." 기자가 최근 국립 순천대학교 총장 당선자인 송영무 교수(수학교육과)의 논문표절 의혹을 취재하자 학교 측 관계자의 냉소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송영무 교수는 지난 7월27일 실시된 총장선거에서 같은학과 동료인 신향근 교수 등 3명을 따돌리고 3수 끝에 총장에 당선됐다. 대학 측은 1,2위를 차지한 두 교수 모두를 교과부에 복수로 추천했고, 이달 하순쯤 대통령 임명여부가 결정된다. 이변이 없는한 1위가 총장에 임용된다.

문제는 총장선거 이후에 불거졌다. 학내에서 새어나온 정보에 의하면 송 당선자는 교수시절 학회지 등에 실은 수십편의 수학논문 가운데 7편의 논문을 표절한 정황이 있다는 것.(프라임경제 8월26일자 보도)

대조결과 일부 논문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베끼거나 짜깁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구가 여럿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일부 교수들은 국립대 총장으로서의 도덕성에 심각한 흠결이 발생했다며 차제에 차순위 후보를 총장에 임용하거나 재선거 불가피론을 지핀다.

하지만, 불지피는 쪽과는 달리 한달여 대학측 분위기를 탐지한 결과 의혹규명 의지보다는 특정고교를 위시한 음해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송 총장 당선자는 3수끝에 당선됐다. 이 때문에 송 당선자를 온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엄존하다.

전임 총장 자살로 뒤숭숭한 찰라에 이문제로 또다시 재선거를 치를 수야 없잖냐는 현실적인 고민도 엿보인다. 또한 요즘 '핫이슈'로 떠오른 퇴출대학 정부 평가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리 없다.

송 당선자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논문의 도입부 평문을 옮겨적는 것은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런 논리라면 창작물이라기 보다는 편집자에 가깝다는 말이다.

'글발'이 딸리는 일부 연예인이나 스포츠인, 정치인들이 편집자로 불리는 이른바 대필작가에 의뢰해 책을 펴내는 경우도 많다. 신문사도 일선 기자들의 취재물을 편집자와 데스크가 적절히 재배치하고 일부 문장을 솎아내거나 끼워넣기도 한다. 이게 편집이다.

대학교수의 논문은 현란한 문장과 짜임새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적은 글이라고 사전에도 올라있다. 남의 생각을 따온 것은 편집관행은 될지 몰라도 자신의 연구물은 아니다.

서구 학자들은 책이나 논문을 쓸 때 주(註)를 달아 출처 밝히기를 결벽증처럼 철저하게 지킨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학자적 양심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무수한 논문표절 의혹에도 아랑곳않고 총장.장관이 되는 갸륵한 덕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표절의혹에 제기되자 대학 측에서는 송 당선자로부터 독촉까지 해가며 어렵게 해명자료를 받아놨다고 한다. 대학 측은 연구실적물조사위원 7인을 소집해 19일 회의를 열어 송 당선자로부터 넘겨받은 관련 해명자료를 검토한 뒤 표절여부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교과부에 내기로 했다.

시일이 촉박하다. 이달 27일이면 선거치른지 만 2개월이다. 시간을 벌고 있다는 눈흘김도 받는다. 송 당선자가 3수에 나설때까지 논문을 사전검증한다는 대학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부실검증도 입살에 오르내린다.

무엇보다도 논란의 당사자인 송 당선자의 거취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 당선자로서는 약속과 달리 패자가 언론제보를 통해 문제삼는 행태에 괘씸하기도 하고, 내심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떳떳하다는 본인의 입장과는 달리 일부 대학 구성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대통령으로부터 총장 임명을 받는다고 해도 내상을 입어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구나 송 당선자가 속한 사범대 수학교육과는 수학교사를 양성하는 곳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