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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IB 정부 집착’에 투자자들만 물 먹었다?

대우증권 대규모 유상증자에 주가↓…“정부 입김” 맹비난

이정하 기자 기자  2011.09.16 13: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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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우증권이 자기자본의 절반을 상회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매년 증가하는 이익잉여금으로도 충분히 대형IB 진입기준인 3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을 훨씬 웃도는 대규모 증자를 단행한 것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우리투자증권과의 M&A를 통한 정부의 대형IB 집착을 대규모 유상증자라는 방식으로 실현하려는 것 같다” “대형IB 꿈에 투자자들만 물먹은 셈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유상증자 결정에 증권주 ‘폭락’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주주들에게 받은 주식 발행액만큼 자본금이 늘어난다. 하지만 물량부담으로 주가의 가치가 희석돼 증시에서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대우증권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 이후 힘을 못 쓰고 있다. 증자 결정 다음날인 8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폭락했고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증자 공포에 증권주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대형IB를 염두에 두고 있는 증권사들은 주가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증권 5.9%, 현대증권 9.0%, 한국금융지주 9.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대우증권과 마찬가지로 5000억원 규모의 증자검토 사실이 전해져 14.94% 하락했다. 증권주들은 하락폭을 여전히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증권사들은 대우증권의 목표주가를 내리며 향후 전망을 어둡게 봤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유상증자 결정으로 예상 PBS(주당순자산가치)는 기존 1만4000원에서 1만2650원으로 9.6% 하향 조정됐으며, 자본희석으로 예상 ROE(자기자본이익률)은 9.2%에서 7.4%로 하락할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대우증권의 목표주가를 1만6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직전대비 57.7% 하향한 1만1000원으로 제시하며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기준 1위 증권사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분간은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1조4000억원의 신규 유입자금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 규모가 아직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ROE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헤지펀드가 활성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증자에 대해 대우증권 측은 대형IB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해외사업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우증권은 “홍콩 현지법인을 중심거점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계적으로 현지법인을 증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 등 대형IB 사업을 위한 결정임을 부인하고 있진 않다.

당장 대우증권과 같은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대형IB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들은 눈치보기를 보며 향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증자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던 우리투자증권은 “대형 투자은행 도약을 위해 자본확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는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에 대해 준비하온 만큼 자기자본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지 결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증권사들이 대형IB에 목매는 이유

대형 증권사들이 대형IB에 목을 매는 이유는 수행 가능한 기업신용 공여,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 등 신규 업무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골드만삭스 등 대형IB의 경우 수익의 20% 이상을 프라임브로커리지에서 창출하고 있음을 감안하며 블루오션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업무 확장의 가시적인 수익 창출에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의 장기적인 투자 계획에 투자자들만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은 것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도를 넘은 유상증자로 사측에서 얻는 이득이 무엇이냐”며 “투자자들을 직접 대면하고 있는 증권사가 상식에 어긋난 행동으로 손해를 입혀서 되느냐”라고 말하며 강력히 항의했다.

이러한 무리한 결정에 대우증권은 주주들이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산은금융에 속한 대우증권은 사실상 정부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정부는 우리투자증권과 M&A를 통해 국내 GDP 대비 50%가 넘는 초대형 IB 실현을 꿈꿨다. 그러나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는 국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에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한 다른 선택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당국과 산은지주 입장은 맞아 떨어지겠지만, 주주들을 고려한 흔적은 없다”며 “해당 당국도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를 주도할 초대형 증권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3조원이라는 자본규모 기준으로만 대형IB 업무를 허용하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대신증권 강승권 연구원은 “새로운 시장의 절대적인 경쟁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3조 이상의 금융사로 선을 그어버린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우증권은 지난 1분기 실적부진으로 증권사들로부터 투자의견이 하향조정 된 바 있다. 지난달 말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대우증권의 부진한 실적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와 콜 차입 규제에 다른 이자이익 감소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증시의 조정으로 자산관리수익, IB 부분 수익도 당분간 부진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