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저가입찰 = 저가서비스’ 불편한 공식

김경태 기자 기자  2011.09.14 14:48:2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최근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포장한 사실상 최저가 입찰 무용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최저가 입찰은 사용업체와 공급업체 간의 수직적 지배구조를 만들어 내면서 부실시공, 납품단가 후려치기, 공기 단축 등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동안 최저가 입찰은 건설 관련 부문에서 많이 이뤄졌지만 점차 서비스 산업 부문으로 확대되면서 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비스부문에서 협상에 의한 계약은 가격비율을 10~30%로 줄여 저가가격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실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서비스관련 부분 저가 입찰은 최저가 입찰이나 다름없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청사의 이미지 하락과 경쟁력 약화로 까지 이어지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아웃소싱 산업의 하나인 콜센터 업무의 경우, 기업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는 고객 접점에 있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저가 입찰가로 인해 고객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최근 한 공기업의 콜센터 입찰을 본 결과 더욱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공기업은 적정가 입찰을 한다는 공고를 냈지만 사실상 최저가 입찰이나 다름없는 현장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설명회에 참석한 업체들은 입찰설명회의 질의응답시간에 지난번 입찰에서 가격이 낮게 형성됐음에도 서로 입이라도 맞춘 듯 가격에 대한 얘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필요 없다고 생각한 탓일까. 괜한 표적이 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입찰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입찰가? 뭐 생각할 것 있어. 그냥 나도 던지는 거지”라며 일단 입찰가를 낮게 쓰는 것이 관행이라고 전했다. 수주 경쟁에서 일단 따고 보자는 식인 셈.

공공기관 담당자는 “앞으로 입찰 평가에서는 전문성을 평가하는 부분에 더욱더 힘을 쓸 예정이며 아웃소싱업체들도 이제는 가격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입찰가 경쟁으로 가격을 낮춘다는 것은 소위 말해 업체들 간의 ‘제살 깎아먹기’ 식 입찰밖에 기댈 게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로 낮은 가격으로 입찰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최저가로 입찰된 업체는 서비스 질 하락과 고용안정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저가 입찰로 낮은 가격에 입찰이 된다면 고객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용업체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는 기업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입찰은 업체들이 물가 대비 적정 가격을 제시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적정가 입찰’이 아닌 눈치보기식 입찰이 되고 있는 실정이며, 저가 입찰은 곧 최저의 서비스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가격 낮추기 식 입찰만이 좋은 방안은 아니다. 사용자와 공급자 간의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가격을 제시돼야 할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도 저가입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해오고 있는 것에 발맞춰 공급업체도 가격 의존보다는 전문성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