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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바뀌는 삼성 지배구조 '에버랜드는 알고 있다'

[심층분석] 삼성카드 “에버랜드 지분 20.64% 매각”…주가 후폭풍은?

이수영 기자 기자  2011.09.14 11: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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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포스트 이건희’를 위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둘러싼 삼성가(家)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 중 20.64%를 블록 딜(대량매매) 등 다양한 형태로 매각한다고 14일 밝혔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따른 것이다. 이번 매각 결정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와 계열사 주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털기에 나섰다. 금산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는 까닭이다. 내년 4월까지 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 25.6%를 5%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14일 매각 결정에 따라 삼성카드는 향후 4.6%의 지분만 남기게 돼 법적 제한에서 자유로워진다.

◆“에버랜드 보유지분 전량 처분할 것”

삼성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외국계 투자은행(IB) 중심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가 발송됐으며 조만간 매각 주관사가 선정될 예정이다. 삼성카드 측은 RFP에서 ‘에버랜드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카드의 매각 결정이 이슈화되는 이유는 에버랜드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정점으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상헌 연구원은 “에버랜드 지분 매각은 자의든 타의든 큰 흐름상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걸음 진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몇 단계 인적분할 없이 지주회사를 전환하는 것은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탓에 당분간 현수준의 지배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3세경영의 본격화를 통해 향후 5~6년 간 단계별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커 보이며 이 과정에서 비상장계열사의 상장 이슈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혜주는 CJ·삼성카드·삼성물산”

에버랜드 지분 매각과 관련해 삼성계열사의 주가 추이는 어떻게 될까. 이상헌 연구원은 관련 수혜주로 CJ와 삼성카드, 삼성물산 등을 꼽았다. 에버랜드 지분을 갖고 있는 CJ, 삼성카드는 지분가치가 부각될 수 있고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전환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25.6%를 소유하고 있는 가운데 6월말 기준 에버랜드에 대한 장부가액은 1조3833억8200만원으로 기재돼 있다”며 “에버랜드의 주당 가치를 214만원으로 평가했을 때 삼성그룹 지주회사의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매각 금액은 214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J 역시 에버랜드 지분 2.35%에 해당하는 5만8823주, 1260억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대부분의 그룹 계열사를 나눠 갖고 있는 구조”라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시발점으로 삼성물산이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에버랜드, 향후 3~4년 내 기업가치↑”

한편 에버랜드는 1963년 삼성그룹이 전국의 그룹 사옥을 관리할 목적으로 부동산 전문업체인 동화부동산을 인수해 설립됐다. 동화부동산은 삼성 건물의 설계·감리를 담당했으며 1966년 별도로 중앙개발이 설립돼 전주제지 공장 설립과 안양골프장(현 안양베네스트 골프클럽) 공사를 진행했다.

이듬해 두 회사는 합병됐고 이후 삼성그룹의 부동산 관리와 개발·관광 부문에 용인 자용농원(현 에버랜드)이 추가되며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에버랜드는 레저부문(테마마크·골프장 운영)과 E&A(빌딩관리·ESCO사업·환경개발), 푸드컬처(단체급식·식자재유통) 등 사업영역을 다양하게 확대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E&A부문이 41.5%를 차지했으며 푸드컬처 부문 41.2%, 레저 부문 17.3% 순이다.

에버랜드 지분은 현재 삼성카드가 25.6%, 이재용 사장 25.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각각 8.4% 이건희 회장 3.7%, 삼성SDI와 삼성전기 각각 4.0%, 기타 20.8% 보유 중이다.

이상헌 연구원은 “에버랜드는 그룹 계열사 매출 비중이 40% 이상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현재 기업 가치와 더불어 향후 3~4년 안에 지주회사 전환이 가시화되면 에버랜드의 기업 가치는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