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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인맥’ 좇다 ‘깡통주식’ 찰라

고꾸라진 정치인 테마주…작전 세력 색출 영향

이수영 기자 기자  2011.09.08 17: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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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7일 국내 주식시장에 철수는 가고 원순이 떴다. 전날 차기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꼽혔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 이른바 ‘안철수 테마주’가 시장에서 일제히 고개를 숙인 것. 반면 단일화에 성공한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이날 새로운 ‘테마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최근 정치 테마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증시 감독 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규모 ‘작전 세력’을 색출하기 위한 집중조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박원순, 박근혜 등 정치 테마주의 몰락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던 ‘정치 테마주’가 8일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일명 ‘박원순 테마주’로 분류된 풀무원홀딩스, 웅진홀딩스 등은 전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상승세는 하루 만에 꺾였다.

풀무원홀딩스는 이날 전일대비 5650원(-11.86%) 급락해 4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박원순 변호사가 풀무원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연일 상한가를 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 3일 천하 ‘박원순 테마주’

박 변호사가 웅진재단 임원이라는 소식에 테마주로 분류된 웅진홀딩스는 상대적으로 낙폭은 적지만 하락세는 피하지 못했다. 웅진홀딩스는 전일대비 210원(-2.55%) 내린 8010원을 기록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의 ‘박문순 효과’는 미미하게 영향력을 발휘했다. 홍성규 회장이 박 변호사와 경기고등학교 동문으로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휘닉스컴은 어제보다 225원(14.61%) 오른 1765원을 기록했다.

이대훈 대표이사가 역시 경기고 동기인 한성엘컴텍은 전일대비 75원 내린(-3.16%) 2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성엘컴텍은 개장 직후 2440원까지 올랐으나 이내 하락 반전했다.

이 밖에 대표적인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됐던 아가방컴퍼니 역시 전일대비 1600원(-14.75%) 내린 9250원으로 밀려났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사실상 정치인 테마주의 ‘약발’이 다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치인 테마주의 인기가 이토록 빨리 식은 이유는 뭘까.

가능성은 두 가지다. 상승폭이 최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매물을 대량으로 푼 경우가 첫째다. 또 감독 당국이 관련 종목에 대한 부정 색출 작업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을 가능성이다.

◆ 작전세력도 개미도 “단속 무섭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지난 7일 “누군가 고의적이고 인위적으로 정치인 테마주 주가를 올린 정황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며 “안철수연구소와 문재인 테마주 등 최근 이슈가 된 정치인 테마주 전체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 측은 이미 정치인 테마주를 대량 매입한 세력이 존재하는지 집중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작전세력’ 소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감독 당국의 단속 의지가 뚜렷한 상황에서 이번 하락세를 단순 차익실현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기는 무리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대증권 임복규 종목분석팀장은 “8일 풀무원 홀딩스 등 일부 정치인 테마주에 대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급하게 주가가 빠질 상황은 아니었다”며 “소위 ‘작전세력’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도 감독기관의 단속 행위를 가장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7일 당국의 단속 계획 발표가 투자심리를 급속도로 냉각시킨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얘기다.

임 팀장은 “당국의 발표가 있기 전에는 관련 종목의 상승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보였다”며 “투자자들이 바로 주식을 팔기 보다는 추가 상승 기회를 두고 보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시장의 부정적인 투자 관행 중 하나가 펀더멘털보다 정치적 이슈와 같은 단기적인 탄력에 편승하는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당국의 단속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1830~1855포인트의 박스권 장세로 혼조세르 드러낸 시장은 약해진 투자심리의 한계를 드러냈다. 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3.18포인트(0.72%) 오른 1846.64를 기록했다. 막판 17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돼 상승폭을 소폭 키웠다.

업종별로는 오른 업종이 더 많았다. 은행과 전기전자·자동차·전기가스·조선주 등은 강세를 보인 반면 증권·종이목재·섬유의복·건설주 등은 약세로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