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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포기 못하는 이유

이정하 기자 기자  2011.09.08 14: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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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의 신용융자에 대해 최근 쓴소리를 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 금융 관련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늦장대처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던 곳이 금감원이다. 그러나 이날 금감원장은 이례적으로 “자제해 달라”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신용융자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최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선배의 말만 믿고 풋옵션에 투자해 샐러리맨으로썬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거액을 단 며칠만에 번 미혼여성이 화제가 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른을 갓 넘긴 이 여성은 증시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지만 지인의 권유로 코스피200지수 풋옵션에 1700만원을 투자했고 나흘만에 원금의 약 80배에 해당하는 13억원을 손에 넣은 것이다.

이 보도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도 연일 화제가 됐다. 기자도 주변사람들로부터 사실 확인을 묻는 질문을 몇 차례나 받았다.

남의 성공이 나의 성공처럼 느껴진 탓일까? 지난달 8일 증시 폭락 이후 일주일 동안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이 급증했다. 대출 급증은 여름휴가 비용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수도 있지만 언론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냈다.

하지만 주식 특히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높은 레버리지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 직접 투자상담을 하고 있는 본인의 지인도 파생상품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리는 것만큼 드문 일임을 조언한다. 일종의 로또 당첨과 비슷한 것이다.

증권시장에서 정확하게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집계할 순 없지만 단적으로 파생상품의 하나인 ELW의 경우 5186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이 상품에서 증권사와 외국인은 각각 1789억원, 593억원의 이익을 거둬들였다. 개인들이 뿌린 돈을 증권사와 외국인이 고스란히 담아간 셈이다.

개인의 투자를 부추기는 요소가 더 있으니 바로 신용융자다. 카지노 베팅과 로또 구입에는 현금이 필요하지만 증권시장에서는 수중에 돈이 없더라고 주식을 살 수 있다. 신용거래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신용거래란 투자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자금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사고자 할 때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융자받아 매매하는 방식이다. 신용융자 가능 금액은 보유 현금과 동일한 액수다. 예를 들어 현금 100만원을 가지고 있다면 증권사로부터 100만원을 융자받아 총 200만원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신용융자의 경우 연 10% 안팎의 이자를 내야하며 150일이 지나면 증권사가 자동 강매를 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투자자만 깡통을 찰 수 있다. 

권 금감원장의 발언 이전에도 신용융자의 위험성은 증권가에서 몇 차례 경고된 바 있다. 정부의 입김과 여론 악화에 몇몇 증권사들은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신용융자를 중단하거나 허용 범위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전체 62개 증권사 중 단 두 곳만이 조취에 나설 뿐 다른 증권사들은 검토 중이라는 푯말만 앞에 내세울 뿐 뒤로는 ‘구렁이 담넘어가듯’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증권사들이 쉽사리 신용거래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연 10% 안팎의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수수료가 하향평준화 되어 있어 신용융자나 파생상품거래에서 높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 최고의 문인 이규보는 ‘이옥설’이라는 글에서 작은 일이라도 방치하면 더 큰일이 생긴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이고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회복을 위해 더 썩기 전에 기와를 갈아야 하지 않을까? 금융당국이 신용융자에 대해 강력한 칼을 빼어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