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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건설사 물량몰아주기 뿌리 뽑힐까?

이보배 기자 기자  2011.09.08 14: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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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감시에 나섰다. 일부 대형 건설사에 이례적으로 건설 공사원가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공사원가가 건설사의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데다 통상 3년치 자료를 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6년치 자료를 요구했다는 점과 관련, 공정위가 대기업 물량 몰아주기 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월부터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와 시스템 통합(SI) 업체,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를 조사해왔고 일부 대기업 계열 상위 10개 건설사에 대해 지난 8월22일까지 국내 공사원가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건설사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기간은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출해야할 공사원가 범위가 비계열사 발주는 물론 외국업체로부터 주문받는 국내 공사도 포함하는 등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건설사에서는 우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공사원가는 영업상 기밀에 속하는 것인데 공정위가 지나치게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 기회를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기업의 ‘물량 몰아주기’는 현행법상 논란이 많다. 몰아주는 물량이 어느 정도가 되면 부당 거래인지, 정상적 거래와 부당 거래의 구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부딪히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몇몇 언론에서는 물량 몰아주기와 관련, 오너의 도덕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를 기사로 다루기도 했지만 공정위가 나서 공식적으로 물량 몰아주기를 확인한다면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더 자세한 기사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는 내부 규정에 따라 해당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어떤 건설사를 상대로 조사가 진행 중인지 구체적인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분명히 공정위에 해당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건설사가 있을진대 기자의 전화에 하나같이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알아보고 다시 전화 주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다만 A 건설사는 “노무현 정권때도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했다가 반발이 심했던 적이 있었는데 공사원가 역시 건설사에게는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로 공정위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건설만큼 매출을 늘리기 쉬운 업종도 없다고 말한다. 그룹 공사 물량을 계열 건설사에 몰아주면 손쉽게 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기업들은 아예 계열 건설사를 승계 수단으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회사를 만들어 자녀에게 물려준 뒤 추후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의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 하는 경우도 있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사는 통상 1년 정도가 소요되고, 앞서 지난 7월21일 김동수 공정위원장 역시 “조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 금년 중에 조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면서 “가능하면 제재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기업 건설사들이 계열사와 거래를 강제하거나 납품업체에 대해 원가절감 명목으로 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하는 등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가 있었는지, 혹은 계열사와 사실상 수의계약을 실시 다른 업체들의 참여기회를 박탈하고 부당하게 물량을 몰아주고 있는지 공정위의 조사 경과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