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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진주? ‘악성 미분양’ 덥석 물었다간…

[심층진단] 미분양 두채중 한채 빈집…“싸게 나온 미분양, 그 자체가 위험”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9.07 13: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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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결혼 2년차 김정훈 과장(가명 38세)은 최근 내집마련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고려하고 있다. 갈수록 치솟는 전셋값을 낼 바에는 차라리 기존 분양가보다 싸게 나온 미분양이 더 낮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생각처럼 덥석 물기가 쉽진 않다. 싸게 나온 미분양일 지라도 어느 정도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하는데 앞으로 집값이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거란 생각이 먼저 들어서다. 더욱이 미분양 아파트는 타 아파트에 비해 떨어지는 입지와 주변시설 등으로 입주민이 형성되지 않으면 계속 빈집으로 남게 될 가능성 등 변수도 많다.

전세시장 불안감은 커지고 있지만 악성 준공 후 미분양 등 빈집은 수두룩하게 널려있어 미분양 적체현상이 시장에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해소키 위해 각종 할인 혜택 등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총 동원되고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집도 하나의 자산으로 분류되는데 장기화되는 시장 침체로 인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준공후 미분양아파트가 갈수록 늘고 있다. 타 지역에 비해 떨어지는 입지와 호재 등으로 인해 향후 집값 상승 여력이 불투명한 까닭이다. 사진은 수도권 지역에 한 불꺼진 아파트.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악성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비율은 54.34%로 급상승 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 2채 중 1채는 공사가 완료 됐지만 집주인(매수자)을 찾지 못한 빈집이 절반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현재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서 할인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반 분양과 달리 입주시점이 빠른 만큼 계약금·중도금·잔금 등을 한꺼번에 내고 들어가야(입주)하는 부담은 물론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준공후 미분양, 4년만에 4배 ↑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007년 7월~2011년 7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 현황을 분석 한 결과 전체 미분양 중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비율은 △2007년 14.52% △2009년 36.93% △2011년 54.34%로 급증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2007년 9월 시행된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밀어내기’ 분양 여파로 2008년 7월 16만595가구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건설사들의 공급물량 조절과 분양가 할인 등 미분양 판촉, 정부의 미분양 매입, 전세 수요의 매매전환, 지방부동산 시장 훈풍 등으로 지난 7월에 7만87가구로 감소했다.

하지만 준공후 미분양은 증가 추세다. 수요자들의 미분양 매입이 준공 후 보다는 일반(준공전) 미분양에 몰린 이유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비율도 2008년 7월 6.11%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09년 7월 10.49%→2010년 7월 22.24%→2011년 7월 37.52%를 기록 중이다.

부동산써브 나인성 연구원은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할 경우 단기간에 잔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단점이 크고, 빈집으로 방치된 상태가 장기화되면 지역 내에서도 해당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악화돼 악성 미분양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우려가 있다”며 “준공 후 미분양이 건설사와 수요자, 그리고 분양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정부 모두에게 골칫거리”라고 분석했다.
 
◆전세난 대안 미분양? 위험한 발상

계절적 비수기 여름을 지나 어느덧 가을에 접어들면서 ‘가을전세난’ 심화 현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도 높아지면서 “오른 전셋값을 낼 바에 차라리 집을 사자”는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업계 내에서는 심화되고 있는 전세난으로 인해 미분양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분양가 할인에 중도금 대출이자 대납, 무료 발코니 확장 등 각종 혜택과 향후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도 있다. 잘만 고르면 ‘숨은 진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분양도 잘 고르면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위험부담도 공존하고 있다. 미분양이 발생하는 이유는 고질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타 아파트에 비해 입지나 주변 개발 호재 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특히 건설사 입장에서 준공후 미분양은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자금난이 발생할 수 있고 판매 완료까지 유지(보유) 관리비용 등이 추가로 들어가는 부담이 크다. 건설사들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분양을 털어내야 하기 때문에 전세난을 빌미로 삼고 미분양 해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싸게 나오는 미분양을 매입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며 “솔직히 우리(건설사)도 미분양을 빨리 털어야 하기 때문에 전세난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홍보하는 일도 없다고 말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느 정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고 볼 때 은행으로 빠지는 이자만큼의 집값이 올라야 하는데, 각종 할인 혜택이 많은 미분양 주택의 집값이 오른 다는 것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