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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워서 침뱉은 다국적 제약사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9.07 08: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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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5곳에 총 1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내용을 두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웃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할 모양새가 돼버렸다.

이번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제약사 5곳 중 4개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로 알려졌다. 업계가 들썩이는 이유다. 국내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행위에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왔다.

무엇보다 핵심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그간 약효를 두고 ‘오리지널 약’을 표방하며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국내 제약사들이 관행처럼 이어온 리베이트를 제공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주장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처방으로 직결돼 리베이트를 굳이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며 ‘윤리경영’을 내세웠지만 높은 콧대는 한 순간에 꺾이고 말았다.

공정위의 이번 발표를 들여다보자니 한숨은 절로 나온다. 그들의 이중적인 잣대는 생각보다 골이 깊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주)한국얀센 △한국노바티스(주) △(주)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바이엘코리아(주) △한국아스트라제네카(주) 등이 지난 2006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병∙의원과 의사들에 총 529억87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리베이트 제공 방법도 식사접대 및 회식비 지원, 학술대회 지원, 골프접대, 시판후 조사(PMS) 명목의 지원, 100만원 상당의 액세서리 선물, 230만원짜리 카페트를 깔아주는  등 국내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제공 방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정부의 규제를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국내 제약사에 비해 자유롭게 사업을 펼쳐온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쌍벌제 등 규제가 심화되거나 약가인하 조치 등이 내려져 사업 추진이 힘들어지면 국내에서 철수하면 그만이다. 굳이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즉, 국내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에 있어 소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시장인 셈이다.

하지만 여태껏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제약사 또한 없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이들에게 꼭 들어맞는 얘기겠다. 

이번에 적발된 다국적 제약사들은 모두 상위 10대 업체에 속하는 회사들로, 하위 업체들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제품 경쟁력과 일정 매출을 유지하는 상위 제약사도 리베이트 제공하는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하위 제약사들이 영업∙매출과 직결되는 리베이트 제공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적발된 업체들은 ‘과거 일’이라고 해명하며 논란을 잠재우기에 급급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개과천선(改過遷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진심은 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