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고] 부실 대학 선정… 겸허히 반성해야

교과부 강력한 대학구조조정 선포를 계기로

백형모 남도매일 편집국장 기자  2011.09.06 17:57:5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대학가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조마조마는 했으나 “설마 우리 대학이?”라고 내심 안도했던 몇몇 지역 대학이 치명적인 정부재정 지원 대학으로 선정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346개 대학(대학 200개, 전문대 146개) 가운데 43개를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 발표했다. 평가순위 하위 15%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구조조정을 시작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 가운데 지방 소재 대학이 32개였는데 광주전남에서는 4개 대학이 대상으로 밝혀졌다.내년에 학자금 대출제한을 받는 대학은 대불대와 순천 명신대, 강진 성화대 등 3개 대학이며 초당대는 정부 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이들 명단에 포함된 대학들은 나름대로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내심 “대학이 과연 잘 되가고 있을까?”라는 우려를 안고 있었던 대학들이었다.

일부 대학은 교수 급여조자 주지 못해 말썽을 빚었던 학교도 있을 정도였다.왜 이러한 일이 발생할까?

국내대학은 지난 1990년의 241개에서 20년 사이 무려 1백 개 이상이 늘어났다. 그 때만 해도 학생수가 꽤 있었다. 처음엔 정원 충원 걱정은 안했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졸업장이나 받으려고 진학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게다가 양질의 교수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입학 정원도 못 채우거나 출석 한 번 안 해도 학점을 주는 부실대학들이 전국에 산재하게 됐다.

특히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재단의 탈·불법으로 다 썩어버린 비리 대학도 숱하다.

교과부는 현재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감사원의 감사결과 심각한 부정, 비리가 적발된 대학들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추가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학력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은 대졸자 비율이 30-50%대에 그친다. 우리의 대학진학률은 80% 안팎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보니 요즘 대졸 출신들은 30년 전의 고졸 출신과 다른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어렵게 대학을 나와도 절반이 백수로 떨어지는 등 고학력 실업자만 양산된다. 또 대졸 취업자의 절반 가까이도 고졸 학력이면 충분한 자리 등 자신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백형모 남도매일 편집국장

이제 우리도 덮어놓고 대학에 진학하는 풍토가 사라져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고졸 학력만으로 보통의 사회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침 정부도 고졸자 채용을 확대하고 대졸자와의 차별을 없애는 등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렇게만 된다면 고졸 출신들이 대접받아야 무턱대고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학벌 지상주의 풍토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대졸 지상주의가 사라지면 대학에 만연하고 있는 사학 비리나 부실 운영도 당연히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