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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펀드 굴린 자산운용사 '50억 보상해야'

리먼사태 직전 투자처 임의 변경, 法 “투자금 돌려줘라”

이수영 기자 기자  2011.09.06 15: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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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자산운용 등 펀드운용사가 이른바 ‘리먼사태’ 당시 고객 동의 없이 투자처를 마음대로 변경했다 거액의 손실을 입힌 것에 대해 50억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2009년 1심 법원이 ‘펀드투자자 214명에 총 6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지 꼭 2년 만이다. 다만 같은 상품에 대해 하급심의 판결이 승패로 엇갈린 상황이라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지난 8월 1일 기준 우리자산운용은 리먼사태와 관련 총 9건의 소송에 얽혀있다.

서울고법 민사5부(노태악 부장판사)는 주가연계펀드(ELF)에 가입했다 투자금을 모두 날린 K씨 등 214명이 우리자산운용 등을 상대로 낸 투자금 반환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K씨 등이 가입한 상품 계약서에는 투자처를 BNP파리바로 규정하고 있다”며 “투자자 동의 없이 투자처를 리먼브라더스 아시아로 변경해 손실을 야기한 우리자산운용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가 입은 손해는 우리자산운용이 투자처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만기 때 회수되는 금액”이라며 “우리자산운용은 투자금액의 66.43%에 해당하는 총 50여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 저주 된 ‘우리투스타파생상품 KW-8’

문제가 된 펀드상품은 2007년 우리자산운용이 내놓은 ‘우리투스타파생상품 KW-8’(이하 KW-8)이다. K씨 등은 상품이 BNP파리바에서 발행하는 장외파생상품(ELS)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우리자산운용이 임의로 거래처를 리먼브라더스 아시아로 바꾼 게 화근이었다.

이듬해 금융위기로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했고 투자금은 모두 날아갔다. 업계에 따르면 KW-8은 당시 980여명의 투자자에게 약 284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K씨 등 투자자들은 ‘계약을 소급해제하고 원금을 모두 돌려달라’며 76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우리자산운용과 한나은행의 책임을 인정해 총 6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우리자산운용의 지시에 따라 리먼브라더스의 파생상품을 구입한 하나은행과 판매사인 우리은행, 동부증권 등에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 상품에 대한 하급심의 승패 판결이 엇갈리면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혼란을 법원이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소송의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는 2009년 11월 우리자산운용과 하나은행의 책임을 일부 물어 6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반면 같은 해 5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는 KW-8에 가입한 또 다른 투자자 52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운용사의 배상책임은 없다’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됐다.

◆ ‘소송 단골’ 자산운용사 1년 간 56건

다수의 투자자를 끌어 모아 거액을 굴리는 탓에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지난해 8월 1일부터 1년 간 자산운용사가 얽힌 소송건수는 56에 달한다. 매달 평균 4~5건의 법정공방이 벌어진 셈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회장 황건호·이하 금투협)에 따르면 1년 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소송 등의 제기 신청 및 환정판결 사실확인’ 건수는 총 56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자산운용은 9건의 소송에 얽혀 ‘최다 소송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대부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환매 중단 사태에 따른 것이었다.

그밖에 대신자산운용 7건, 마이애셋자산운용 6건, 흥국투신운용이 5건으로 뒤를 이었다. 대신자산운용은 지난 4월 더케이손해보험 등이 제기한 19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휘말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칼소닉 등이 제기한 15억원 상당의 배상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