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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통합 무산…야권대통합 ‘빨간불’ 켜지나

조승수 대표 등 지도부 일괄 사퇴 ‘먹구름’…민주당 반응은?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9.05 16: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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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는 진보신당 공식홈페이지.
[프라임경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무산되면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대통합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분모가 비슷한 진보정당 간 통합도 시종일관 ‘잡음’으로 일관하며 통합이 무산된 상황에서 정체성이 극명하게 다른 범야권 세력끼리 선거판을 앞두고 여권이라는 대어를 잡기 위해 의기투합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5일 “지난 4일 진보신당 임시 당대의원대회 결과, 민주노동당과의 신설합당을 통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최종 합의문이 부결됐다”면서 “합당 등 당의 조직진로와 관련한 결정은 대의원 2/3를 넘어야 승인이 가능한데, 이를 넘지 못해 당 대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최종 부결됐다”고 전했다.

이번 대의원대회 결정으로 지난 1년 동안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전농, 진보교연, 빈민.청년.여성 단체 등과 함께 진행했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노력은 일단 중단됐다는 게 내부적 평가다.

그러나 보수 대 진보의 양자 구도를 통해서만 내년 총ㆍ대선 승리가 확실하다는 밑그림이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그려져 있는 까닭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및 함께 치러질 10월 26일 재보선을 전후로 다양한 형태의 연석회의가 물밑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진보정당건설 최종합의문이 부결된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자유주의 정치세력을 배제한 새 진보통합정당은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면서 “하지만 국민이 진보정치 세력에게 요구했던 진보대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보신당과의 통합에 실패한 민주노동당이 - (진보신당의 반대 속에서) -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국민참여당(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그러니까 참여당과 다시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정치적 관측이 수면 위로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국민참여당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합류’에 대한 논의 시점의 차이로 진보대통합 위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보신당이 이번에 뒤로 빠짐에 따라 민노당과 참여당의 통합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일단 이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우위영 당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간 합의문이 부결된 것과 관련,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진보대통합은 노동자 농민 민중의 한결같은 염원이며 민주노동당에 주어진 시대적 요구로 일시 어려움과 좌절이 있다 하더라도, 지난 6월 19일 정책당대회를 통해 확정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방침에 따라, 진보대통합에 뜻을 함께 하는 정당 개인 세력 등 진보진영을 총망라하여 빠른 시일내에 반드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5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어제 진보신당 당대회 결과에 대해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 정당의 진로, 운명은 당원들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당원들의 선택인 것이고, 그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어 “앞으로 우리 당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의 내용이 무엇이든 당헌이 구현하는 참여민주주의의 원리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당원들도 권리를 적극적으로 존중하는 가운데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보신당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다소 섣부를 수 있지만, 조승수 대표가 대표직을 어쨌든 사퇴함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은 통합파의 상징이었던 노회찬·심상정 상임고문의 향후 행보로 자연스럽게 쏠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고,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침묵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보신당 탈당 후 진보진영 통합을 위한 또 다른 정치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노ㆍ심 상임고문은 이르면 7일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석회의 등을 통해 ‘야권대통합’을 만날 외쳐온 민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포함된’ 야권대통합에 거리감을 두고 있던 진보정당들이 자신들끼리의 통합에도 불협화음을 겪으면서 ‘정당 간’ 대통합이라는 거대 명제가 사실상 쉽지 않는 과제라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그러나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4당대표 원탁회의에서 “헌신과 희생의 자세로 모든 기득권을 던지고 통합에 임할 것”이라며 “통합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다가올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한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진영통합의 출발점이 되고 시금석이 될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통합에 앞장서고, 통합에 중심에 서겠다. 어떠한 절차를 거치던 통합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일단 ‘문호’를 열고 통합의 어떤 위치에 있던, 좋은 후보를 통합 후보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