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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저평가 논란, 2013년이 고비?

CDS 프리미엄 고공비행 논란 속 외채·국채만기·균형재정 등 판가름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9.05 09: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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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국의 3차 양적 완화 가능성 재부상 및 일본 신용 등급 강등 등 국제 경제 여건이 다시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에 다시 적색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근래 외국인들이 보는 우리 경제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기 실현적 예언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외부 시선을 일축한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 상화에서도 한국 경제의 체력을 과소평가한 각종 위기설이 부각된 바 있으나 위기론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CDS 프리미엄이 나빠지는 것은 신인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차입 비용이 높아진다는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등 만만히 볼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높다.

CDS 프리미엄 잔불, 왜 완전히 꺼지지 않나?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가 날 때 손실을 보상해 주는 파생상품이라, 투자자가 금융회사에서 CDS를 매입할 때 수수료를 내게 된다. 이것이 CDS 프리미엄인데, 바꾸어 말하면 부도 예견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면 이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 정부가 발행한 채권 CDS 프리미엄이 오르면 한국 은행채 CDS 프리미엄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외화 차입 시 비용이 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당국은 보강된 외화 유동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2차 거시정책협의회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금융시장의 경우 신용상황을 나타내는 단기자금 시장 지표들이라든지 외환시장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와 비교시 안정적 모습이며, 주요 은행 모니터링 결과 은행별 외화 유동성 사정은 양호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2008년말과 금년 8월초를 비교하면 일본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이 44bp에서 94bp로 오르는 사이, 한국은 319bp에서 136bp로 183bp 낮아졌다는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 CDS 프리미엄 추세가 이번에 국가 신용 등급 하향 조정이라는 악재를 겪으면서도 대체로 조용한 흐름을 보인 반면, 오히려 우리 CDS 프리미엄은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러한 안전하다는 설명과는 다른 흐름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일본은 8월24일 112.8bp에서 25일 109.4를 기록하는 등 큰 등락이 없었지만, 24일 우리 나라 CDS 프리미엄은 급등세를 15개월래 최고 상승폭을 보이는 등 급격한 흐름을 보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외 순채권국이자 유사시 자금의 해외 이탈 가능성이 적은 구조이나, 우리의 경우 순대외채권 규모가 이보다 작고 자금의 외부 이탈(유출) 가능성이 있으며 단기외채비율이 아직 높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우리 경제는 CDS 프리미엄 상승 등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외국인 이탈 등에 대한 주식 및 채권 시장 변동이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변동성 확대 등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 점검(스트레스 테스트)를 주요 경제 변동 요인이 부각되는 2013년경 이전에 미리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호황을 기록하고 있는 코스피 시장 상황을 담은 자료사진.

2008년 6월말과 올해 6월말을 기준으로 따져 보면, 단기외채비율(단기외채/준비자산)과 단기외채비중(단기외채/총대외채무) 비중은 68.5%와 48.2%에서 각각 49.2%와 37.6%로 하락했다. 외환관련 대응능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유럽의 재정 위기가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문제로 되어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해외은행의 한국 익스포져에서 유럽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6월 61.9%에서 54%로 축소되는 데 그친 상황이다.

김 애널리스트의 계산으로는, 금융위기 당시 유럽은행 자금의 이탈율 23.2%를 현재 적용해 보면 최대 424억달러의 이탈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미국 신용등급 하락의 파급영향과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우리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풀이하고 “외국 자본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급격히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외환위기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여러 사정은 한국 시장이 자금 이탈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어려운 사정을 더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 본격적 리스크는 내후년부터?

그러므로 현재의 CDS 프리미엄 상승 문제 등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은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위기에 대한 경제의 내구력 시험)이며, 본격적인 위기 상황이 몇 년 사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거부감을 가질 것만은 아니라는 풀이다. 오히려 현재 CDS 프리미엄 등 외부의 평가를 바로미터로 삼아 경제의 취약점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미국과 유럽 경제 등의 불안 가능성이다. 세계 경제는 △ 향후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 △ 미국 경제는 소프트 패치에 들어가지만 유럽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서 둔화기에 빠질 가능성 △미국이 더블딥에 들어가고 유럽이 재정 위기를 함께 겪으면서 전반적인 침체에 빠질 가능성 등이 있다(금융연구원 이명활 선임연구위원). 전반적으로 유럽계 자금이 우리 시장에서 빠져 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인데, 김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심리적 요인인 아닌 실제 부실화로 인한 유럽은행의 리스크 확산은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이 발생할 수 있는 2012년께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사전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에 자금이탈의 충격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둘째 위기는 국채 만기의 도래 예정 규모다. 2014년 9월 36조원 규모의 국고채 만기가 일시에 몰려 상환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채 만기가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부각되면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고, 여기에 외국인이 송금까지 겹치면 원화 가치가 폭락할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만기 분산을 위해 조기상환(바이백) 대상을 확대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더라도, 현재 미국이 국채의 70%가 5년래 만기 도래라는 것 때문에 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을 보면 우리도 조만간 이로 인해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재정 건전성 논란도 예상보다 빠르게 터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 나라는 OECD 평균보다 국가 채무가 적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늘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공기업 채무 등 보이지 않은 데 사실상 국가 채무가 분산돼 있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다.

특히, 1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1∼2015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방향’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했는데, 여기서 2013년 균형재정 달성 계획도 밝혔다. 이 구상은당초  2014년 균형재정 달성보다 1년을 앞당긴 것으로, 내년 총선,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분출하는 복지 증대 요구(관점에 따라서는 복지 포퓰리즘)와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즉 복지냐 성장이냐의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정무적 선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에서 재정의 문제점이 일거에 드러날 수도 있어, 그간 미뤄져 온 경제 체력 평가의 정보 홍수가 가져올 변동성 상승을 대비하는 과정이 지금부터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