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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기한? 소비기한? 핵심은 ‘보관방식’

김병호 기자 기자  2011.09.05 09: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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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향후 식품에 대한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꿔 표시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런 방침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주로 폐기처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상 저편에서 굶주려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집단적 범죄’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런 경제적 손실을 막자는 건전한(?) 취지로,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즉, 상품에 ‘고객이 먹어도 괜찮은 기한’을 표기하기로 주장이 등장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반응이 제법 예민하게 엇갈리는 중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식품의 품질변화를 실험한 결과, 보관방법에 따라 최대 50일 이상이 지나도 먹는 데 문제는 없다”는, 놀라운 설명을 했다. 소비자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껏 유통기한이 3~4일 지났다고 가차 없이 버렸던 그 많은 두부들이며 냉동식품들…, 돌이켜 생각하면 아까워 환장할 지경이다.

지금의 유통기한은 유통이 가능한 기간, 다시 말해, 법적으로 판매를 할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법적 유통기한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 식품, 유통산업 발전 등에 장해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온 게 사실이지만, 실생활에서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을 마음 편하게 섭취한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았으리라.

유통기한을 초과한 제품들은 더 이상 판매되지 못하고 폐기되고 있는데, 연간 폐기되는 제품 비용만 6500억원, 이를 포함한 전체 음식물 쓰레기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흔히 ‘쓰레기’ 취급 받기 일쑤인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꼭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형국인데, 무엇을 믿어야 할 지 혼란스럽다.

결론을 말하자면, 문제의 본질은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유통기한, 사용기한 둘 다 의미가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식품을 상하지 않도록 하는 보관 방법이다. 보관을 효율적으로 잘 하면 식품의 사용기한을 훨씬 더 길게 잡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면 사용기한은 그 만큼 줄어든다는 간단한 사실이다.

하지만 식품 보관 방식은 현재 베일에 싸여 있다. 소비자들이 알 길이 없다. ‘식품 보관 방법 및 사용방법’에 대한 명확한 표기가 없다면, 유통기한이나 사용기한이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유통기한을 사용기한으로 바꿔 표기한다 할 때 일단 식품기업으로선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 판매기한이 늘어나니 당연히 그렇다. 식품기업들은 ‘쓸 데 없이 버려지는 식품을 줄일 수 있다’는 건전한 취지를 내세우며 방침의 합당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다소 찝찝함을 지울 수 없다. 상품도 그대로고 보관방식도 종전 그대로인데 유통기한만 늘어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8월26일 이 문제와 관련,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가진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제도와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우리나라처럼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이 철저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선하지 않은 제품의 유통을 늘리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을 더욱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원재료가격 변동과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식음료가격이다. 유통기한이 사용기한으로 바뀌면 그만큼 기업에게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된다. 지난 8월18일 정부가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언급하자 글로벌 악재로 인한 급락장 속에서도 내수주에 속하는 음식료주는 이에 호응하며 선방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 김주희 연구원은 “음식료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 개선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
   
 
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내수소비재의 안정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프리미엄 받기 충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음식료주의 하반기 이익반영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크다. 또한 소비기한표시 제도는 절약이란 슬로건 하에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소비자에게도 불편함과 약간의 위험을 부과하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는 무엇인지, 또한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가격이라는 측면에서 이익부분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