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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피 말리는 가을 ‘전세대란’

올해 상승 전셋값 10년 만에 최고, 재계약 시 5000만원 필요

이보배 기자 기자  2011.09.02 17: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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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의 8·18 전월세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9, 10월 가을 이사철에 이어 11, 12월 겨울 방학 이사수요가 이어지면 전세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일찍부터 전세대란이 점쳐진 가운데 물량부족, 전세대금 대출의 어려움 등으로 세입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2009년 7~8월 전세난이 심화된 이후 올 하반기부터 또 다시 불안할 조짐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 때문에 투자심리 위축과 불안감을 느낀 매수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세난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2009년 전세난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재계약 주기가 도래하면서 전셋값 폭등은 예상된 일이었다. 실제 서울에서 전세 재계약을 하려면 평균 5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년 전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과 현제 전세가격을 비교한 결과, 서울에서 전세 재계약을 위해 추가로 드는 비용은 평균 4906만원으로 조사됐다.

◆예견된 가을 전세난 물량부족이 문제


가을철 전세대란의 뇌관이 되고 있는 강남 전세시장은 분위기가 특히 심상치 않다. 전세대란 진앙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치동 일대는 아파트 재건축과 리모델링 이주가 겹쳐 갑자기 수요가 급증, 전세가격이 폭등했다.

한달 사이 1억원까지 급등세를 보인 강남 전세시장은 현재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안심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시장의 바로미터가 되는 강남의 전세시장이 이 정도라면 다른 지역의 전세가격 상승 역시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데 있다.

실제 올해 전국의 전세가격은 12%나 뛰어올랐다. 전국적인 전세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가 19% 상승으로 가장 많이 올랐고, 충북, 경남, 강원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9.7%, 경기는 13.2% 상승했고, 물량공급이 상대적으로 크게 일어난 인천이 2.9%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지역은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3구가 9~1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12개 자치구가 10% 이상 전세가격이 치솟았다.

전셋값은 오르는데 매매가는 지지부진하면서 수도권의 전세가율은 5년 만에 50%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전문가들은 전세가 상승이 적어도 내년까지, 길면 4년 정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세난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수급불안 문제다. 전반적으로 하반기 내년 시장에 들어서도 입주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분양물량이 감소하고 이는 입주물량감소로 이어지며, 다시 전세물량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것.

이와 관련 올해 입주물량은 예년보다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전국 입주물량의 6개월 평균은 14만9000가구 인데 올 하반기에는 9만9000가구로 5만 가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입주물량만 줄어들면 다행이지만 도심 재건축. 재개발로 인해 서울에서만 2만2000가구가 철거될 예정이어서 전세물량 부족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은 오르는데 대출은 힘들고

문제는 또 있다. 전셋값 급증으로 자기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의 경우 금융권의 전세자금을 이용해야 하지만 집주인의 전세대출 기피와 은행의 대출심사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지난달 28일 주택금융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성 자금인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하는 전세자금 대출은 올 1월 말 3677억원에서 지난달 말 현재 7636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전셋값이 뛰다보니 전세대출을 이용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고, 재계약하는 세입자들도 전셋값 인상분만큼 대출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하지만 세입자의 전세대출에 난색을 표하는 집주인이 상당수에 달해 대출을 통한 전셋집 구하기는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세입자의 전세대출을 흔쾌히 허락하는 집주인도 있지만 아예 안된다고 하는 집주인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관련법상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은 사실을 집주인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은행들은 전세대출시 임대인의 동의 여부를 묻고 있고, 예전처럼 확인서를 제출할 필요는 없지만 영업점 직원들은 실제 집주인에게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또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점도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세입자들에게는 악재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세입자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