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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각장애인이라고 뭘 못하랴

중앙부처 과장직에 시각장애인 첫 임용

백형모 남도매일 편집국장 기자  2011.09.02 15: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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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 세상에서 빛을 볼 수 없다는 것 만큼 비극적인 일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빛을 보고도 그 유용성을 알지 못하는 것 또한 비극의 하나다.

   
백형모 남도매일 편집국장

우리는 인간의 이러한 위대한 발자취를 미국의 헬렌 켈러(1880년 6월 27일 ~ 1968년 6월 1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헬렌 켈러는 청각 및 시각장애인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훌륭한 미국의 작가이자, 정치 활동가, 사회운동가, 교육자였다.

그녀가 ‘훌륭하다’는 인간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신체적 장애로 인해 가지고 있던 언어적 문제를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사회운동의 영역에서까지 지대한 발자취를 남김으로써 수많은 신체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교훈을 주었다는데 있다.

암흑에서 홀연히 일어서는 것이 만족치 않고 밝은 불빛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도 가슴 뭉클한 영혼의 선물을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헬렌 켈러를 장애인들의 희망이라고 일컫는다.

헬렌 켈러는 빛이 없어도 많은 집필활동을 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여행을 자주 다녔고 또한 전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그리고 여성의 선거권과 참정권, 노동자의 권리, 그리고 진보적 사회주의를 실천한 운동가였다.

헬렌 켈러가 그토록 희구했던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날마다의 일상에서 특별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평범한 태양이지만 빛이 없는 그녀에게는 태양을 향한 간절함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에게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헬렌 켈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보라!”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라!”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고!

내일이면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 되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놀라운 일인지 뒤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9월의 첫날, 중앙부처 개방형 과장직에 시각장애인이 처음 임용됐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문광부는 1일자로 시각장애 1급인 조선대 특수교육과 김영일(43) 교수를 임기 2년인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 소장에 임용했다고 밝혔다. 알려지기로 김 소장은 8살 때 두 눈을 다쳐 실명했다.

하지만 1990년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다음 1993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벤더빌트대학 피바디 교육대학 특수교육학과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이래 조선대 교수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아 교육, 특수교육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교수로 정평이 나있다. 김 소장의 임용은 한사람의 장애인이지만 그 동안 정책의 수혜자에 머물던 장애인계가 정책 입안자로 직접 참여하게 됐다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도 헬렌 켈러의 희망을 보는 듯하다.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