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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개는 어디에

이지숙 기자 기자  2011.08.30 17: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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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재 일본 미스터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세대 작가로 꼽히는 요네자와 호노부. 데뷔 초기 주로 일상 미스터리를 소재로 삼은 학원물을 발표해왔던 그가 2005년 발표한 장편소설 ‘개는 어디에’는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본격 미스터리물로, 담담하고 간결한 터치로 그늘진 청춘상을 그려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개성과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이다.

   
‘개는 어디에’ 표지이미지
‘개는 어디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어른 남자’ 주인공이다. 아직 젊다면 젊은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포스를 풍기는 주인공 고야는 대학 졸업 후 큰 고생 없이 은행에 취직해 순탄하게 살아오다, 갑자기 심한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병해 하는 수 없이 퇴직하고는 사회의 구석자리로 밀려난 신세이다. 집을 잃은 개를 찾아주는 탐정이 될 생각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사무소를 열지만 개업 첫날부터 ‘도시에서 실종된 젊은 여자’를 찾아달라는 예상외의 의뢰가 들어온 것 역시 영 신통치가 않다. 실종자의 족적을 찾던 중 마을에 출몰하는 들개를 잡기 위한 주민 수색대에도 동원되지만 정작 자신이 원했던 것처럼 집을 잃은 개를 찾아달라는 의뢰는 끝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개는 어디에?’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시종 시큰둥하고 무기력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편이 되어주는 여동생 아즈사, 고야의 채팅 친구이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뼈와 살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컴퓨터 능력자 GEN 등 주위 사람들의 크고 작은 협력에 힘입어 그는 논리적인 추리를 쌓아가며 사건의 진상에 조금씩 다가간다. 그리고 수수께끼에 싸인 사건의 해결은 곧 그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계기로도 이어진다.

한편 고야의 학교 후배이자 사무소 직원이 된 한페가 문제의 고문서의 내용과 유래가 적혀 있는 한 향토학자의 책을 발견해 고야가 맡은 실종사건에도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서로 따로 떨어져 행동하는 탓에 두 사람의 손안에 든 단서는 좀처럼 맞물리지 못하고 엇나가기 일쑤이지만, 그것 역시 읽는 사람에게는 긴박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상반된 성격의 두 인물이 엉겁결에 떠안은, 역시나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해 보이는 두 가지 사건이 점점 하나로 연결되어가는 과정은 본격 미스터리에서만 접할 수 있는 긴장감과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기발한 역발상으로 지금까지의 전개를 단숨에 뒤집어버리며 빠르게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종반부는 요네자와 호노부가 지닌 미스터리적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꼼꼼한 복선, 매력적인 주인공,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면의 심리 묘사 등 미스터리 팬이 원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소설 ‘개는 어디에’를 통해 우리는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본격 미스터리의 신세대 주자로 거듭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