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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논술고사 문제 분석 및 평가

박광선 기자 기자  2006.12.01 15: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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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경제]서울대는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 예시문항을 발표하면서 통합논술의 개념과 성격을 밝힌 바 있다. 그 내용의 핵심은 논술 시험이 “암기된 지식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2007학년도 서울대 수시 2학기 모집 논술고사 문제는 이러한 기본 개념의 연장선 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시문으로 활용된 제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에 관한 글이다. 역사서의 글을 활용하고 있지만, 역사적 배경지식이나 관점을 묻고 있지는 않다.

 

접근 방법

논제의 핵심은 일단 주어진 객관적 사실(事實)인 [제시문 가]를 [제시문 나]의 성격에 따라 재작성 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논술의 답안은 전체적으로 [제시문 나]와 같이 비판적인 성격의 글이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주어진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 조건들에는 수험생이 해결해야 할 여러 개의 논제와 형식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를 분석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제시문을 통해 드러난 갈등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라.

2. 1을 딜레마의 형태로 정의하라.

3. 제시문에 드러난 가치관과 그 가치 실현 방법을 비교 분석하라.

4. [제시문 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제시문의 독해를 통해 논점(화제)을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위의 1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갈등의 내용을 간단하게 ‘효와 불효’로 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건에 ‘어떠한 가치들’이 상충되는가를 밝히라고 했기 때문이다. 글에는 분명히 ‘효와 불효’, 문제뿐만 아니라 ‘죽음과 삶’의 갈등도 나타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여러 가지 형식적 기술의 방법들이 착실히 동원되어야 한다. 따라서 딜레마의 형식이 무엇인지, 대상을 효과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알고 이를 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동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한다면 어머니께 불효요, 죄를 인정한다면 아버지께 불효가 된다. 그런데 호동은 둘 중 한가지 대응을 해야 한다. 고로 호동은 언제나 불효자가 된다’는 식의 상황 이해와 이를 통한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글의 내용 중에는 [제시문 나]에 나타난 김부식의 논평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특히 유의할 점은 그 평가가 글의 전체적 성격과 충돌되어 논리의 일관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시문 자체는 평이했다. 서울대측이 2008 논술 예시문항을 발표하면서 이야기했던 바 대로, 교과서 수준의 평이한 제시문을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거나 접근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논제에서 요구한 대로 여러 가지 조건들을 지켜가면서 자신의 논리를 끌고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측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변별해 낼 수 있는 장치를 잘 마련해 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료제공: 메가스터디 통합논구술 연구소   김기한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