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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 보험사기, 궁지 내몰린 서민들의 최후수단?

상반기 3만529건 1844억…전년대비 건수·금액 31.5%↑·15.5%↑

조미르 기자 기자  2011.08.30 13: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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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40대인 김 모씨는 얼마 전 남편이 자연심장마비사로 사망해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남편의 부검결과 놀랄만한 사실이 밝혀졌다. 남편의 사유는 자연심장마비가 아닌 청산염중독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인 즉, 김씨가 남편에게 매일 밥에다가 소량의 청산가리를 넣어 사망에 이르게 한 것. 김씨가 어려운 생활고 끝에 보험금을 타내고자 살인까지 저지른 셈이다.

#2. 20대 여성인 이 모씨는 채팅으로 알게 된 30대 남성 박 모씨를 술집으로 불러냈다. 술집에서 만난 이씨와 박씨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계속적으로 술을 권했고, 박씨는 만취상태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씨는 박씨에게 집까지 차로 데려달라고 했다. 박씨는 대리를 부르자고 제안했지만 이씨는 거절하고, 박씨의 차에 올랐다. 몇 분 뒤 골목에서 덩치 큰 남성 몇 명이 나와 박씨의 차에 박았다. 이씨와 남성 몇 명이 조직적으로 뺑소니 유발, 보험금을 타내려고 계획했기 때문이다.

◆보험사기, 살인과 쉽게 직결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중단하거나 전에 없이 까다로운 대출심사 기준을 제시하면서 서민경제가 극도로 경색해질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기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특히 보험사기는 살인, 도박, 방화 등 죄질이 극히 나쁜 범죄로 직결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추석명절이 가까워지면서 보험사기는 물이 오른 상태다. 여기에 돈이면 어떤 수단이라도 이용하려는 불안한 사회 분위기도 한몫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건수는 3만529건, 적발금액은 184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적발건수가 31.5%, 금액은 15.5% 오른 수치다.

유형별로는 사고를 조작한 허위사고가 1만106건, 64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사고 운전자나 차량을 바꿔친 사례가 7732건, 32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보험사기는 병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이나 정비업체 등과 공모해 치료비와 수리비를 허위과장 청구금액도 44억원으로 109.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보험사기에서 빠지지 않는 장소, 병원에서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최근 보험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으로 50대 여성인 최 모씨가 성형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청구사유는 성형수술이 아닌 상해진단, 길에서 넘어져 발을 삐끗해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A병원이 40~50대 여성들에게 성형수술을 제안했던 것이다.

비용은 상해로 인한 보험금을 청구, 수술비를 마련하면 된다고 설득했다. 이럴 경우 환자는 돈 안들이고 성형할 수 있고, A병원은 성형수술비로 수익을 창출해 상호이익이 가능하다. 

   
서민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범죄성 짙은 보험사기에 노출되고 있다.
◆“보험사에 돈 벌어준다 생각 말고…”

문제는 최근 보험사기가 일반 서민들에게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단방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이라는 점이다. 돈이면 어떤 수단이든 상관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모양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아이들까지 보험사기에 이용당하는 참으로 서글픈 세상”이라며 “보험사기가 다른 범죄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도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속에 서민들이 보험사기에 손을 뻗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험사기가 서민들의 최후의 수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손보사 SIU파트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시급하다”며 “수사기관도 보험사에게 돈벌어준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국민들을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수사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