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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대출규제 이중고…추석이 두려운 서민들

대한상의 "소비자 가격민감도 높아져 실속추구·알뜰소비 늘 것"

노현승 기자 기자  2011.08.30 10: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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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구로동에 사는 주부 이수연(34)씨는 추석을 맞이해 지인들에게 보낼 선물을 구입하러 마트에 들렀지만 아무것도 구입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되돌렸다. 인사할 곳은 많아졌지만 선물비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고공행진중인 물가에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추석을 열흘 앞둔 서민가계가 휘청이고 있다. 시장에 들른 주부들은 "뉴스에서 나올 때는 몰랐지만 시장 물가를 보니 이젠 체감한다"라며 한숨을 내쉰다.

◆주부 88% "추석 체감경기 나빠졌다"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탓에 추석 체감경기는 지난해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불안·가계부채 부담 증가, 집중호우로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추석을 앞두고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경기지역 주부 615명을 대상으로 '2011년 추석 소비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보다 추석 체감경기가 악화됐다'는 응답은 88%에 달했다. 지난해 수준이거나 오히려 개선됐다는 의견은 각각 10.7%, 1.3%에 그쳐 추석맞이 소비는 줄 것으로 보인다.

추석 소비를 줄이겠다는 주부들은 그 이유로 △물가상승(56.8%)을 첫손에 꼽았고 이어 △소득감소(23.9%)와 △경기불안 지속(9.7%) △가계부채 부담 증가(8.5%)등의 차례로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로 다시 상승한데다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인해 과일·채소가격이 급등해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면서 "소비자들의 가격민감도가 높아져 실속을 추구하는 알뜰 소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계속된 집중호우도 추석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주요 농산물 작황이 부진해지며 차례상 물가가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29일 현재 사과 1박스(10kg 홍로)는 평균 3만49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4.9%(8700원) 오른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채소 역시 가격이 급등하긴 마찬가지. 배추는 최근 1포기당 4700원으로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고 무 가격 역시 오르고 있다.

이 같은 고물가에 서민들은 추석 차례상 준비가 두렵기만 하다. 

주부 윤현희(55)씨는 "평소 5개씩 올리던 사과 등을 3개씩으로 줄이고 송편도 넉넉하게 맞춤떡으로 해왔지만 올해는 차례상에 올릴 최소한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높은 대출문턱에 서민들 '발 동동'

이렇듯 주부들이 추석상을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은 높아진 가계대출의 문턱도 한몫 한다. 서민들에게는 명절 한번 쇨 때마다 목돈이 들어가는 만큼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꽃놀이패가 아닌 절실한 수단이 되어왔다.

지난달 18일부터 잠정 중단됐던 일부 시중은행 신규 가계대출은 9월1일부터 재개될 예정이지만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그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해 은행에서 대출받기는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대출 중단이라는 강경책을 우회해 심사 강화로 대출을 제한했던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실수요 대출은 풀어주되 엄격한 심사기준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금용도가 불명확한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나 주식담보대출, 마이너스통장 개설 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9월 역시 꼼꼼한 대출 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대출 수요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 등 실수요 대출이라는 것을 증빙서류로 뒷받침하는 대출자에게만 대출을 해주고, 용도가 불분명하거나 주식투자 등 투기 목적 대출은 불허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9월이 되더라도 증빙서류를 다른 때보다 한층 꼼꼼하게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