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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요일 4시 퇴근 ‘스마트워킹타임’을 보며…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8.29 15: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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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금요일마다 4시에 퇴근 할 수 있어 탄력적인 활용도가 높아요.”

아모레퍼시픽이 시차 출퇴근 제도인 ‘스마트워킹타임’ 운영을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자유롭게 출근시간을 오전 7~10시 사이 1시간 단위로 선택, 오전 7시 출근자는 오후 4시에 퇴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금요일이 요긴하게 쓰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7월부터 직원들이 자기계발 혹은 건강관리를 하도록 탄력적인 시간 활용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능률을 높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은 5년마다 한번씩 직원들에게 1개월 휴가를 준다. 5년 이상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제도를 통해 직원들은 장기여행 등 미뤄왔던 계획을 실천하곤 한다. 그들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을 기업의 기회 제공으로 자아를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농경시대 시절, 조상들의 일상은 자연에 있었다. 해가 뜨면 일을 시작했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왔다. 씨를 뿌리고, 농작물을 키우며, 추수를 하기까지 1년의 사이클을 자연의 변화에 따라 반복했다. 추운 겨울이 오면 다음 씨를 뿌릴 때까진 수확한 농작물로 겨울을 나며 다음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일상은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변했다.

노동과 생산을 비례관계로 봤던 산업기 초, 공장에서는 노동의 강도를 높이며 생산량을 늘리길 원했다. 이때부터 휴식과 일의 조화는 깨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후 학계에서는 능률이 투하한 노동량과 그 결과로 얻어진 생산량이 접점을 지나면 오히려 역의 방향으로 흐름을 증명한다. 즉 접점을 지나는 순간부터 노동을 지속시켜봤자 이때부터의 생산 효율성은 줄게 된다는 것. 하지만 산업사회는 자연의 섭리보다는 ‘경쟁’을 우선시하는 인간사회를 양성했다.

한국을 보자.

5년여 전의 일이었다. 해외에서 만난 한 카자흐스탄인은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한국회사는 예외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기업은 일의 시작과 함께 마감일을 주고 중간과정에서는 관여 안 한다”며 “그러나 한국 기업은 결과보다 얼마나 빨리 끝냈는가와, 얼마나 쉬지 않고 집중해서 진행 했는가만 생각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미국 포스트지는 한국인의 65%가 워커홀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으로 칠레·터키·폴란드보다 긴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국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다행히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법정근로시간을 기존 44시간에서 40시간을 단축한 ‘주 40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됐다. 특히 2004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7년만에 주5일 근무제가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휴식’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주5일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작은 영업소에선 5일만 근무할 경우 그 공백을 누군가가 메워야 하고 이 때문에 사장의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한다. 주부 직장인의 경우 역시 밀린 공과금을 낼 시간도, 병원에 다니는 것과 대외적인 소일꺼리를 처리할 시간조차 넉넉지 않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이미 주 40시간 근무로 기업은 노동자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응용 가능할 법한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경제적 지표가 이를 증명하고, 거듭되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는 세계가 한국을 더 이상 ‘보호할’ 국가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산업시대를 대변하는 경쟁 문화와 함께 상하종속적인 관계를 요구하는 직장문화를 지니고 있다. 한국의 ‘눈치 문화’와 ‘근면성’은 지난 50년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인간다움’을 중요시 여기는 선진국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법적 마련은 충분해졌다. 이젠 기업이 고용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