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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유리’ ‘내열유리’ 표기 논란…안전 위협 심각

“일본에선 전자레인지에 강화유리 못 쓰게 권장하는데 한국은…”

이은정 기자 기자  2011.08.29 11: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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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저녁식사로 닭볶음탕을 준비하던 가정주부 여경화(가명)씨. 완성된 요리를 강화유리용기에 담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면서 발등을 다쳤다. 여씨는 “홈쇼핑에서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하다 해서 구매했는데, 상온보다 조금 뜨거운 온도에서 깨져 버렸다”며 “집에 있던 딸이 주방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강화유리용기를 단지 내열성이 충족된다는 이유로 내열유리용기와 같이 취급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파손될지 모르는 자편현상의 위험을 안고 있는 강화유리 용기와 관련,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열’ 표기를 허용하는 것이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가 아닌가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강화유리용기를 단지 내열성이 충족된다는 이유로 내열유리용기와 같이 취급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강화’ ‘내열’ 엄연히 다른데…왜?

유리는 일반적으로 특성에 따라 일반, 강화, 내열로 구분한다. 일반유리는 음료수병 등에 사용되는 소다석회유리 성분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리다.

반면 강화 유리와 내열 유리는 충격에 강하다고 알려진 유리로 내구성이 강한 밀폐용기의 대표적인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강화유리는 소다석회유리 성분으로 제조된 용기유리를 다시 열처리해 강하게 만든다.

열처리 전보다 2~5배 높은 강도를 가지고 있어 잘 깨지지는 않지만 일단 큰 충격을 받아 깨지면 잘게 부숴진 유리조각이 폭발적으로 파괴되는 특징이 있다. 일반 유리에 비해 갑작스런 온도변화에 잘 견디지만 내열 유리보다 내열성은 없다.

내열 유리는 열에 잘 견딘다. 붕산이 상당량 들어있어 갑작스런 온도변화에도 깨지지 않고 잘 견디며 화학적으로도 안정됐다. 그러나 물리적 충격에 대한 강도는 강화유리보다 높지 않다.

◆기술표준원 “내열유리제 식기 개념 개정할 것”

문제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지난해 10월 내열유리제 식기 개념을 개정한다는 예고였다. 이 내용에는 내열유리제 적용 범위에 ‘강화 처리돼 내열성을 부여한 유리’를 포함시됐다.

문제의 핵심은 ‘강화유리는 폭발이나 비산(잘게 깨져서 흩어짐)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 강화유리는 일반유리에 강화처리를 하는데 이 강화 처리된 부분 중 한 곳에 균열이 생기면 쉽게 깨질 수 있다. 최근 꾸준히 늘고 있는 유리 식기 사고의 특징 역시 유리 식기 제품 사용 시 충격을 주거나 부적절한 취급을 하지 않았는데도 유리가 파손된 피해사례가 속속 보고되면서 ‘내열유리’와 ‘강화유리’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다.

업계 관계자는 “파손 시 특정 징후 없이 갑자기 파손되고 파편이 폭발하듯 튀어오른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상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점에서 이 두 성분에 대한 구분을 엄밀하게 둘 것을 요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술표준원은 업계의 ‘다시 한번 검토해달라’고 요청에 따라 개정안 발표를 미루고 있다.

◆모호한 국내 기준, 소비자 안전 우선돼야

국내에는 유리표기법에 대한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특히 내열성이 충족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강화유리를 내열강화유리로 표기하는 사례도 있어 소비자 스스로의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강화와 내열 유리에 대한 인식을 고조시키는 분위기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6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급식용기로 사용한 강화유리식기로 학생이 안구 수정체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01년 서둘러 유리제 식기 품질표기를 마련한 바 있다.

일본은 유리 식기에 대해 내열 및 강화유리제 등 재질 별로 표시토록하고 붕규산염 유리 등을 함유한 조성과 낮은 열팽창계수 기준을 정해 소비자 안전을 보고하고 있다. 또 강화유리제 품질표기 취급시 주의사항 문구를 반드시 표기하도록 조치했다.

미국은 CPSC(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에 미국 파이렉스사와 앵커 호킹사 등에서 제조한 강화유리 용기가 사용중 폭발하거나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날아가 팔을 다쳤다는 피해 사례가 150건 이상이 접수됐다.
 
소비자 안전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자 미 컨슈머리포트(소비자잡지)는 지난 1월호에 ‘파열되는 유리용기(Shattering Bakeware)’라는 제목의 실험보고서를 통해 ‘400도(℉)의 오븐에 내열유리제 용기와 강화유리제 용기를 가열한 실험에서 내열유리제만 깨지지 않았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락액락 관계자는 “일반유리를 급냉시켜 표면만 강화시킨 강화유리는 일부 내열성이 향상되더라도 본질적으로 내열성을 갖춘 내열유리와 조성이 다르기 때문에 내열유리는 아니다”며 “일본에서는 내열유리처럼 내열성이 없기 때문에 강화유리를 전자레인지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KS 규격의 내열유리제 식기 규격에 오히려 포함시키려 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