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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행보에 정치권 촉각…10월이냐, 내년 4월이냐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8.25 16: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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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투표율 미달로 개표하지도 못한 채 종료된 서울시의 무상급식 찬반 투표가 ‘유력한 대권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행보와 연관성을 가지며 여의도 정가의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 중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 하반기쯤부터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사실상 야권의 ‘승리’로 끝난 까닭에 오는 10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보다 조금 더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정책 분야와 정치 전면에서의 행동을 구분한 ‘2분법적인 접근’을 해왔던 터라,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 지원에서는 한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끝까지 당과 거리를 두며 ‘침묵’한데 대한 ‘책임론’이 마치 후폭풍처럼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면서, 혹자의 표현대로 ‘박근혜 설거지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야권은 “청와대와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민들로부터 국민으로부터 더 큰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민주 노영민 의원) “정부여당은 서울시민들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심판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진보신당 논평)이라며 오는 10월로 예정된 보궐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의 승기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장 사퇴 기자회견이 과연 맞는 행보였느냐’며 오세훈 제명론을 비롯한 오세훈 책임론은 물론이고, “박 전 대표와 친박계가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는 박근혜 책임론까지 등장하는 등 여권의 자중지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 시장 탈당 요구는 물론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 책임론, 향후 선거 논의 등이 불거지면서 여권의 자중지란이 예고되고 있다”며 “대통합을 시도하는 야권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행보를 여권이 보일 확률이 높아 향후 선거과정에서 야권이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 후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근혜 조기 등판론’을 통해, 현 위기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내비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정치학자 등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주민투표 결과와 시장직을 연계하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전히 한나라당과 사퇴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오 시장이 여권 내부의 바람대로 사퇴를 뒤로 미루고 자리를 당분간 고집하게 될 경우, 다시 말해 서울시장 선거가 내년 4월 치러지게 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쏟아질 외부의 압력은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는 이미 내년 총선 과정을 전후로,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자연스럽게 총선 지원에 나설 계획을 천명했기 때문에 오 시장의 사퇴 시점이 뒤로 늦춰지면 질수록 박 전 대표에게는 ‘유리’한 카드라는 것이다.

문제는 오 시장이 주민투표 패배로 구차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시장직 사퇴 카드를 내일이라도 당장 사용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만약 이게 현실화 될 경우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게 되는 경우는 박 전 대표에겐 그야말로 골칫거리다.

이 때문에 이미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당 일각에서 박 전 대표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지를 두고 벌써부터 고민하는 모양새가 감지된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25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잇따라 출연해, “박근혜 전 대표가 지금 당직을 맡은 일반 평의원인데 꼭 매 사안에 대해 뭐라고 의견을 표명해야 되느냐”고 강조한 뒤 박근혜 전 대표의 책임론에 대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무슨 선거과정에서 어려워지면 설거지하라는 식으로 책임지라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는 향후 선거과정에서 제기될 대권주자 ‘박근혜’의 중립행보에 대한 비판을 서둘러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향후 치러질 보궐선거에서도 ‘지원’ 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해석이다.

누가 뭐래도 박 전 대표는 ‘중립적 행보’에서만큼은 정치 9단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도와줄 줄 알았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 주민투표에서 지면 한나라당이 망할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를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망한 것일까.

홍준표 대표는 “이번 투표율을 보고 저는 오히려 서울 총선에 희망을 봤다”고 말했고, 당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오세훈 시장과 애국 서울시민이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상급식 투표결과, 그리고 이어진 당의 공식적인 반응. 이를 지켜본 박 전 대표는 무슨 생각을 지금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