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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코스피 진출, 국토부·거래소가 뒤 봐준 셈"

다산리츠 상폐→경영진 기소 내막 들여다보니…

이수영 기자 기자  2011.08.22 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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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무자본 인수·합병을 주무기로 코스닥 ‘구멍가게’를 주무르던 국내 조직폭력배가 마침내 유가증권시장까지 상륙했다. 코스피 상장사를 거느리고 수십억원대 투자금을 탕진한 일당이 22일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증권가에서는 ‘조폭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셈’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 법인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장 요건이 간소하고 주관사의 감독이 느슨한 ‘자기관리리츠(자기관리 REITs)’의 허점을 노렸다. 일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와 한국거래소는 뒷북만 요란한 모양새다. 위조된 회계자료와 예금증서에 관계기관은 속수무책으로 속아 넘어갔다.

지난 6월 코스피 시장서 상장폐지된 다산자기관리리츠(이하 다산리츠)가 22일 조직폭력배 출신 전 임원이 구속되고 창업주가 불구속 기소되는 등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자기관리리츠(이하 리츠)란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상법상의 주식회사로 3명 이상의 자산운용 전문 인력을 상근 임직원으로 두고 일반투자자로부터 자금을 공모 받아 부동산 실물·대출 등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분배하는 기업을 말한다.

◆ ‘상장 최저자본금’에 조폭 돈 수혈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단기사채를 이용해 기업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고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익산 역전파 조직원이자 다산리츠 임원인 조모(48)씨를 구속기소했다. 조씨의 동업자이자 다산리츠 창업자인 이모(52)씨 등 회사 관계자 10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이 탕진한 회사자금은 총 56억원 규모다.

검찰은 또 조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원금의 3배가 넘는 돈을 갚으라며 독촉·폭행한 혐의로 또 다른 조직폭력배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산리츠는 2008년 4월 7일 국토해양부로부터 국내 1호로 영업인가를 얻은 업체다. 골든나래리츠에 이어 지난해 9월 리츠업체로서는 2호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바로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자금이 회사로 흘러들었다. 창업자인 이씨가 당시 상장사 최저자본금인 70억원을 구하기 위해 조직폭력배이자 다단계 사업을 하던 조씨를 투자자 겸 경영자로 끌어들인 것.

조씨는 코스피 상장심사 직전까지 단기사채 234억원을 끌어 모았고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다른 폭력조직으로부터 14억원을 빌렸다. 남의 돈으로 코스피 상장사를 거머쥔 셈이다. 상장 이후 다산리츠의 운영 실적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총자산 129억원 중 당기순손실 70억원,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했으며 건물매매약정금 평가손실로 49억원을 날렸다. 3년 동안 인건비로만 17억원이 책정되기도 했다.

◆ 투자금으로 초호화 생활, 주관사 수수료도 떼먹어

조씨 등 경영진의 불법 행위는 상장 직전인 지난해 8월 150억원 유상증자 이후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와 이씨 등은 투자금 110억원 가운데 56억원을 차용금 명목으로 돌려받아 아파트 구입 등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더구나 자본금을 댄 조직폭력배들은 상장을 빌미로 거액의 이자 상납을 요구하자 조씨는 법인인감으로 회사어음을 발행하고, 지급보증을 하는 등 빚 갚는데 회사 돈을 쏟아 부었다.

다산리츠는 결국 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 5월 ‘자금거래 관련 내부 통제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감사의견을 거절당했다.

회사는 이미 지난 1월 추진했던 유상증자에 실패한 뒤 대표주관사인 모 증권사에 지급해야할 유증수수료 1억원도 못 갚을 만큼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지난 6월 다산리츠는 상장폐지됐고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최단기간 상폐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다산리츠 외에도 다른 상장 리츠와 운영진에 대한 사법처리가 줄줄이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상장 1호 리츠인 골든나래리츠 전 사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지난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형사7단독·남선미 판사)은 골든나래리츠 전 사주 최모(36)씨와 시세조종 전문가 박모(42)씨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브로커 장모(42)씨에게도 벌금 7000만원이 선고됐다.

최씨는 또 리츠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부 공무원에게 시가 500만원 상당의 산삼과 현금 2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이 같은 부실이 빚어진 데는 리츠의 상장절차가 지나치게 간소한 탓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 국토부·거래소 ‘뒷북만 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관리형 리츠의 경우 국토부 설립인가를 받아 자본금 70억원만 있으면 상장 요건을 모두 갖춘 것”이라며 “일반기업처럼 영업실적, 지배구조 평가 등 상장심사도 거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관사라 하더라도 해당 리츠가 인가업체라면 내부 심사를 할 의무가 없다”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유상증자 때마다 100억원 미만 청약 시 해지가능 조항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지만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귀띔했다.

회원사 모임인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지난 3일 자체 윤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윤리서약을 취합해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일부 경영진의 부정이 이슈화 되면서 상장을 추진하던 다른 회원사들도 모든 행동을 멈춘 상태로 업계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부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실효성을 거둘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국토부 담당 공무원들이 뇌물 수수 혐의로 줄줄이 적발된 가운데 국토부 측은 리츠 제도 재정비를 천명하고 나섰다.

거래소 역시 상장 요건 강화 등 일부 개선안을 내놨다. 그러나 양측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제도 안착을 위해 자본금 등 설립 요건을 완화해주는 등 정책적 지원을 받아온 국내 리츠 산업이 전방위 수사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