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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박근혜, '무상급식'에 정말 침묵하고 있나?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8.19 15: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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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시의 ‘주민투표 무상급식’ 투표가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앙당의 투표 지원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 내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등 주민투표를 두고 내홍에 휩싸였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공식적으로 ‘침묵’ 행보다.

‘오세훈發’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득이 될지’ ‘독이 될지’를 두고 여권이 이른바 ‘오세훈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심 당 내부에선 박 전 대표가 한쪽의 손을 명쾌하게 들어주길 바라고 있지만, 사실상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주민투표를 지지했는데 일부 지도부는 오 시장을 비판하거나 불만을 터트리고 어떻게 하면 주민투표에서 발을 뺄까 궁리만 한다. 친박과 소장파는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도와줄 줄 알았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 주민투표에서 지면 한나라당이 망할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를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참석한 박 전 대표는 나 최고위원의 발언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표는 그저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제 입장이 어떻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았나”고 짤막하게 답했을 뿐이다.

문제는 박 전 대표는 ‘무상급식’에 대한 일반론적 입장은 피력한 바 있으나, 정치․사회적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서울시의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은 전혀 밝힌 적이 없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고집은 19일에도 이어졌다.

그는 대구에서 기자들에게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주민투표 실시에 대해서는 “말할 입장이 아닌 것 같다”고 외면했다.

최근 대선 행보가 임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취재진들과의 만나 “한나라당은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당으로 그 정신에 맞게 지명직 최고위원도 결정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지명직 최고위원은 관례대로 호남과 충청에 각각 1명씩을 임명해야 한다”며 당 운영과 정책 현안에 관해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당 지도부로 가감없이 전달됐고,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한마디’에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뜻을 접고 충청과 호남에 각 1명씩 최고위원을 지명했다.

당이 분란으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릴 때 박근혜 만의 정치적 힘, 그녀만의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준 대표적 예였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위치와 역량이 여권 내에서 어느 정도인지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투표에서 지면 한나라당이 망한다”는 거친 표현이 당 지도부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서울시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배경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이 망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만, 도대체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찬반 논란으로 대한민국 최대 이슈가 돼 버린 무상급식 문제에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우회적으로’ 서울시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표명을 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지난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중앙당이 거리를 어느 정도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데, 이게 바로 박 전 대표의 숨은 메시지라는 것이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왜 오세훈 시장이 당과 한 번도 상의한 적이 없는 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서, 왜 당이 이렇게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우리 스스로 이번 주민투표에서 지면 당이 망한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가”라고 따진 뒤 이 같은 입장을 천명했다.

유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주민투표에서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우리 당은 상당히 곤란한 위치에 처할 게 분명하다고 저는 생각한다”면서 “이것(주민투표)은 단순히 서울시민들한테 어느 안에 대해서 찬성하느냐를 묻는 그런 투표에 불과한 것으로 이렇게 우리가 치부를 하고, 그렇게 그 정도 선에서 나가면 될 일을 왜 온 당이 나서서 지금 이 난리를 피면서 우리 스스로 당내 분란을 자초하느냐, 이런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금 영남지역에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부치지 않고, 무상급식을 향해서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그런 광역단체가 이미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당이 앞으로 일어날 여러 가지 사태에 대해서 당이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고, 주민투표 이후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날렸다.

유 최고위원 측은 이번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발 뒤로 물러섰지만 정치학자 등 정치전문가들은 중앙당이 나서서 주민투표를 지원하는 현 모습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주민투표를 둘러싼 당 내부의 갈등이 지금처럼 확산될 경우, 박 전 대표는 투표 전날까지 더욱 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치 ‘어부지리’ 마냥,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형성하는 야권에서 제기되는 ‘묘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계실 박근혜 의원에게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은 2011년 초등학교 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다지만 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시라면 마땅히 무상급식을 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라고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물론 박 전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