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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야구단과 주유소…SK의 ‘불행경영’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8.19 1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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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시리즈 4회 진출과 업계 1위 주유소. 야구와 기름이라는 각기 다른 소재가 공통된 사연으로 팬과 고객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지난 17일 SK와이번스 팬들에게 비보가 전해졌다. 그간 한국 야구계에 ‘SK왕조’를 이끌어온 김성근 감독이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SK에서의 사퇴를 선언했고, 이어 바로 다음날 구단 측이 김 감독을 경질했기 때문이다. ‘야신’으로 불린 그가 단칼에 등 떠밀린 사연을 살펴보자니 마음은 더욱 착잡하다.

김 감독은 왜 사퇴 의사를 밝혔을까.

올해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김 감독과 SK는 모기업 브랜드 이미지 및 경기 운영(시스템)상 등 문제로 오래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이를 바라보는 팬심은 어땠을까? 17일 경기 도중 여성들은 ‘팬들을 무시하는 프론트는 각성하라’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한 관중은 그라운드로 난입해 입고 있던 유니폼을 벗어 던지기도 했다. 또 18일 이날 오후 SK가 김 감독을 경질한 것에 분노한 팬들은 경기 시작 때부터 몇 차례 오물 투척과 경기장 난입이 있었다.

뜬금없이 들리겠지만, SK주유소도 이러한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사측과 SK자영주유소 사장들 간에 벌어진 법정 다툼 때문이다.

SK자영주유소 측은 SK의 ‘카드할인’이라는 일방적인 영업정책으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으며 그 동안 지켜온 시장 점유율을 타사에 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쟁 정유사와 달리 자회사(SK네크웍스)를 거쳐 기름을 공급하는 ‘SK에너지 시스템’으로 중간마진이 추가돼 공급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SK에너지 측은 이에 대해 ‘카드할인’은 소비자를 위한 것으로 주유소 손실에 대해 책임질 수 없고 경쟁 정유사들도 SK네트웍스와 같은 마케팅팀이 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위 두 가지 사례는 결국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의 정책으로 ‘행복경영’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내·외부 고객의 행복’이라는 ‘행복 경영’을 실시하고 있는 SK그룹은 브랜드 가치와 시스템 불만 등으로 ‘내부 고객’에게 행복이 아닌 불만을 안겨 주고 있다.

   
 
프로야구 최초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는 SK는 선수들의 사기 저하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또 업계 1위로의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SK에너지는 ‘만년 2위’로 굳혀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진 사퇴 선언 후 불과 하루만에 SK측의 ‘경질’ 소식을 들었다. SK자영주유소에게도 이와 비슷한 페널티가 적용될까 우려된다.

팬과 소비자의 마음을 잃은 SK와이번스와 SK에너지. ‘행복경영’에서 벗어난 정책을 SK는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