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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에탄올, 보해양조 인수 가능한가?

인수자금 확보, '케이프' 경영참여 밝혀... 순탄치 않을 전망

박진수 기자 기자  2011.08.18 15: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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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주 '잎새주'로 잘 알려진 광주.전남 지역 소주업체 보해양조가 유동성 위기로 인해 주인이 바뀌었다.
   
 

보해양조는 연초 계열사인 보해상호저축은행(이하 보해저축은행)의 심각한 경영난으로 인해 유동성이 악화돼 매각설이 제기되는 등 홍역을 치뤘고 끝내 창해에탄올에 팔렸다.

보해양조의 매각은 보해저축은행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면서 이미 예견됐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시각이다.

인수금액과 방법 등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보해양조가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하고 이를 청해에탄올이 사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해양조는 지난달 26일 운영자금 마련 목적으로 30억 원 규모의 BW를 계열사인 창해에탄올을 대상으로 발행했다.

현재 보해양조는 창해에탄올 임효섭 대표이사와 디엠씨㈜ 유철근 감사를 공동으로 전문경영인 체제에 들어갔고 본사가 있는 목포와 광주사무소 등에 대한 실사 중에 있다.

보해양조는 다음달 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을 바꿀 계획이다.

◇ 보해양조 왜 팔렸나?
우량기업인 보해양조가 영업이익을 올리면서도 유동성 자금악화로 위기를 겪은 것은 보해저축은행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2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293억 원의 역대 최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보해저축은행의 대주주로 36.91% 지분을 갖고 있어 보해저축은행 손실을 보해양조가 지분율만큼 떠안아야했고 이 때문에 주류사업 흑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보해저축은행은 보해양조 기업 행보에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이 와중에 올 초 보해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임건우 전 회장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부실이 깊어진 보해저축은행의 증자를 위해 무리하게 어음을 발행했다. 이 또한 외통수가 되어 보해를 압박했다.

임 전 회장은 보해저축은행 유상증자에 보해양조를 참여시키는 과정에서 회사 돈 420억 원이 넘는 유증 자금을 마련한 혐의로 구속되자 위기설은 극에 달했다.

보해양조는 지난 6월 임 전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동생인 임현우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했다.

◇ 보해양조 눈독 들였던 기업은?
보해양조가 위기를 맞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눈독 들이는 기업들이 많았다.

보해양조는 지난 1분기 말 재무제표 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11억 원으로 자산총액이 2,700억 원, 지난해 매출이 1,256억 원으로 현 시가총액은 260억 원 규모다.

보해양조는 올해 막걸리 '순희' 판매호조 등으로 지난해 매출(1,256억 원)보다 10% 이상 높은 1,400억 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류사업쪽 많은 기업들이 보해양조에 눈독을 들였다.

롯데그룹은 지난 3월 롯데주류를 통해 충북소주를 인수한 데 이어 보해양조도 매물로 나온다면 적극 인수를 검토할 방침으로 보해양조 측에 매각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며 적극적인 기업은 조선기자재업체 케이프다.

케이프는 7월초 보해양조 주식 19만8220주(7.80%)를 단 3거래일동안 매입해 단숨에 2대주주에 올랐다. 이어 최근 또다시 보해양조 주식을 매집하며 지분율을 9.87%로 끌어올려 오너 일가 외에 단일주주로는 가장 높은 지분율을 확보했다.

케이프는 차세대 성장사업인 바이오디젤 사업 추진을 위해 보해양조 계열사인 창해에탄올과 사업 협력을 맺으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주식매입에 나섰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 보해양조 인수 가능한가?
보해양조는 주인만 바뀔 뿐 큰 변화 없이 향토기업으로서 그 명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의 가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위기에 직면한 보해양조의 추가적인 부실을 막고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해양조를 인수하는 창해에탄올은 전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656억 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48억 원을 기록했다.

실사 중에 있어 명확한 인수금액을 산정할 수 없지만 보해양조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당장 500~600억 원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매출 700억 원도 안 되는 기업이 연매출 1,300억 원에 달하는 기업을 인수할 자금 확보가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창해에탄올은 인수를 위한 유동성자금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창해에탄올이 보해양조를 인수한 것은 창업주의 가업을 이어야한다는 책임감에다 다른 지역 기업에 팔수는 없다는 생각에 불가피한 결정으로 무리한 인수로 이어지지 않았는가라는 조심스런 시각도 있다.

그런가하면 보해양조 2대주주로 등극한 조선기자재업체 케이프(7.73%)가 경영권 참여를 분명히 하고 나서 또 다른 불씨로 남아있다.

케이프는 최근 BW 발행이 보해양조 정관을 위배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보해양조가 보해상호저축은행 사태이후 긴급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BW를 발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금융기관이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했어야 하는데 계열사인 창해에탄올을 대상으로 한 것은 정관을 어긴 것이라는 주장이다.

케이프는 다음달 2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대응까지 생각하고 있어 인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보해양조가 순조롭게 인수절차를 마무리하고 조기정상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