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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조변석개식’ 말 바꾸기 왜?

교육감 공약 때는 ‘전면적’, 주민투표 앞두고는 ‘보편적’ 주장

이보배 기자 기자  2011.08.17 16: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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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관한 곽노현 교육감이 조변석개식 말 바꾸기로 주민투표를 거부하고 있다. 투표 문안에 자신의 주장이 담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번 주민투표의 2가지 문안은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이다. 투표를 발의한 서울시는 소득하위 50%까지의 단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고, 소득과 상관없는 2012년까지의 전면적 무상급식은 서울시교육청(곽노현 교육감)의 주장이다. 적어도 곽 교육감이 말을 바꾸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주민투표의 정당성이 법원을 통해 확인되면서 24일(수)로 확정되자 곽 교육감은 자신이 전면적 무상급식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2014년까지 초중고 전체로 무상급식을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에 2012년 전면적 무상급식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번 주민투표의 2가지 문안 중 어떤 문안도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아 선택할 수 없으므로 투표를 거부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지난 2010년 선거 당시는 물론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해왔다. 실제 곽 교육감의 2010년 선거 공약집에는 “눈칫밥은 이제 그만! 무상급식 전면실시”라는 제하에 “2011년 초·중학교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겠습니다” “사업 평가 후 2012년부터 고등학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하겠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곽노현 교육감의 지난 2010년 선거 공약집에는 "눈칫밥은 이제 그만! 무상급식 전면실시"라는 제하가 선명하다.

지난해 6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최소한 초등학교는 내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안을 짤 생각”이라고 말했고, 지난 7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저야 뭐 전면적 무상급식파의 승리다 이렇게 확신하지요”라고 말했다.

즉, 곽 교육감은 교육감 후보시절부터 당선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곽 교육감이 자신의 무상급식 계획을 ‘전면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주민투표 문안을 문제 삼는 근거는 지난해 8월17일 교육감 취임 한 달 반 만에 ‘2011년에는 초등학교를 전면실시하고, 2012년에는 중학교 1학년, 2013년에는 중학교 2학년까지 2014년에는 중학교 3학년까지 매년 연차적으로 1개 학년씩 확대’한다고 확정한 무상급식 계획안에 있다.

매년 연차적으로 1개 학년씩 확대한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전면적’ 무상급식이 아닌 아이들의 학년별로 ‘단계’를 정해 무상급식을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곽 교육감은 지난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여태까지 100% 학생대상 급식을 보편적 급식이라고 해야 맞는데, 이 표현이 낯설 수 있기에 전면적 무상급식과 혼용해 왔다. 이게 일반적 어법에 맞는다. 그렇다면 저는 그럼 의미의 100% 학생을 대상으로, 재벌집 아이까지 포함해서 보편적 급식을 사자는 의미에서 전면적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바로 이 부분에 어패가 있다. 지금까지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은 자신의 공약사항이었고, 초중등 학교정책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시민 다수가 자신을 지지함으로써 무상급식 전면실시는 ‘시민적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당시 자신이 제안한 무상급식 전면실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므로 주민투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그 ‘전면 무상급식’은 자신의 주장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보편적 무상급식이라는 용어가 낯설고 전면적 무상급식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어서 지금껏 그렇게 사용해 오다가 주민투표를 코앞에 두고는 주민투표의 문구가 자신의 계획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곽 교육감의 말대로라면 선거 전에는 시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전면적 무상급식’이라는 표현을 써오다가, 교육감 자리에 오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는 용어의 편리함을 위해 ‘전면적’이라는 표현을 썼을 뿐 내용은 단계별 ‘보편적 무상급식’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전면 무상급식’이라고 정확히 명시된 2010년 8월17일 곽노현 교육감이 결재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계획(안)’.

곽 교육감의 인터뷰 내용을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저희도 단계적인데 그러면 왜 굳이 전면적이라고 하냐, 그건 단계적 vs 전면적으로 제시할 때 이성적인, 합리적 사람이라면 누구나 형편껏 단계적 확대하는 게 옳지 라고 생각하지 않나.”

결국, 곽 교육감은 자신을 거짓말쟁이 취급하고, 카멜레온이라 말하는 서울시를 비난하고 있지만 엎어치나 메치나다. 속뜻이야 어쨌든 ‘전면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지 않았나.

게다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형편껏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계획인 단계별(매년 1학년씩) 보편적 무상급식 대신 ‘전면적’이라는 표현을 계속 써온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용어의 낯설음과 일반적 어법의 편리함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