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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진출 24년 만에 일군 ‘드릴십의 기적’

[50대기업 해부] 삼성중공업①…태동과 성장

이진이 기자 기자  2011.08.17 15: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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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대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삼성중공업을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1972년 말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발맞춰 중화학공업 진출의지를 천명했다. 이어 1974년 8월 삼성중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조선소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동전쟁에 따른 1차 오일쇼크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조선업계도 선복량 과잉과 함께 침체 국면에 접어든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시황이 호전될 때까지 조선소 건설을 연기, 이후 1977년 4월 삼성조선주식회사를 설립해 조선사업을 본격화했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 12월 현재 종업원 1만3371명, 자본금 1조1550억원, 매출액 13조539억원을 기록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세계 3대 조선소로 ‘飛上’

삼성중공업은 1978년 10월 거제조선소 제1도크를 준공한데 이어 1983년 제2도크를 준공했다. 그 해 삼성조선(선박)과 삼성중공업(기계), 대성중공업(건설) 3사를 삼성중공업으로 통합했으며, 한국중공업 창원 중장비 공장을 인수하면서 종합중공업 제조업체로 출범했다.

1994년 10월 거제조선소 제3도크를 완공하면서 연간 180만GT, 30척 이상의 선박을 건조하는 세계 3대 조선소로 발돋움했다. 제3도크는 길이 640m, 폭 97.5m, 깊이 12.7m로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삼성중공업은 LNG선, 드릴십, 여객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를 통해 △1996년 8월 LNG선 △1996년 10월 드릴십 △1998년 10월 여객선을 처음으로 수주했다.

특히, 당시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일반상선을 주로 건조해 왔던 국내 조선업계가 드릴십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1호선의 건조를 마친 1998년 드릴십 수주물량의 절반을 휩쓸며 이 분야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2002년 1월 선박 수리용으로만 사용해오던 플로팅도크(Floating Dock)에서 선박 건조에 성공하면서 건조공법의 혁신을 가져왔다. 10개의 블록을 이어 붙여 한 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메가블록공법을 이용한 플로팅도크를 통해 3개월 정도 걸리던 도크 내 건조기간을 1.5개월로 대폭 줄였다.

또, 메가블록에서 진일보한 기가블록공법을 개발한데 이어 2007년 10월 단 2개의 초대형 블록을 결합해 한 척의 선박을 완성하는 테라블록공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 30척에 불과하던 연간 선박 건조량을 현재 60척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고부가가치선 경쟁력 확대

유전개발 지역이 대륙붕에서 심해로 옮겨가고 있는 데다 극지방으로 확대됨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드릴십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극지용 드릴십은 얼음 덩어리가 많이 떠다니는 북극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내빙 설계가 적용됐다. 선체두께는 4cm에 달하며, 기자재 보온처리를 통해 영하 40℃의 혹한에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삼성중공업은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75척 가운데 42척을 수주하면서 시장점유율 56%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드릴십 건조 장면.
LNG선 분야에서도 세계 1등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 1997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325척의 LNG선 가운데 95척을 수주했으며, 현재 28척의 수주잔량을 확보함으로써 수주 실적 및 잔량 면에서 세계 최대실적을 기록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세계 최대 크기인 26만6000㎥급 LNG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했으며, 극지방에서도 안전하게 LNG를 운반할 수 있는 Arctic LNG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9년에서는 LNG선과 육상LNG 수입터미널의 기능이 결합된 신개념 복합선박인 LNG-SRV를 선보이기도 했다. LNG-SRV는 LNG를 선상에서 기화시켜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선박이다.

또, 2008년 세계 최초로 LNG-FPSO 수주한 이래로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FPSO 6척을 모두 수주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선박은 해상에서 천연가스의 생산, 정제, 액화 및 저장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설비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5년 쇄빙유조선 3척을 수주를 통해 시장에 진출, 극지방 원유운송선 시장을 선점했다. 이에 따라 쇄빙선 건조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예상되는 쇄빙LNG선과 쇄빙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녹색기술 적용 ‘친환경 선박’ 개발

삼성중공업에 ‘녹색경영’ 바람이 불었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 초 녹색경영 선포식을 갖고 △온실가스 배출량 최대 30% 감축한 친환경 선박 개발 △녹색 사업장 실현과 녹색 네트워크 구축 △에너지 제로주택 출시 등 3가지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최적선형 설계 △폐열회수장치, 저온연소 등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각종 신기술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은 개발을 추진 중인 각종 친환경 기술을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적용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