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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무 다했나?…KTB 1000억 소송 당한 내막

포항공대·삼성꿈재단 '공세' vs KTB '과묵'…지루한 공방전 예고

송은영 기자 기자  2011.08.17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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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모펀드 투자 손실과 관련, 1000억원대 소송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원고들이 모두 교육관련 기관들이고 투자 대상에 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됐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포항공대)는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투자금액 1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이들은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한 KTB 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를 상대로 각각 50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최근 청구했다. 두 재단(삼성꿈장학재단·포항공대)과 KTB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어느 쪽이든 큰 타격이 우려된다.

2006년 이후 포항공대의 장학금, 연구비 등을 조달하는 400억~500억원대의 수익사업기금이 점차 600억~7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기금수익 증대를 위한 취지에서 이 상품을 접하게 된다. 이때 기금투자위원회로도 활동 중이던 장인환대표의 권유로 투자를 하게 되었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투자금액 1000억원 손해를 입은 포항공대와 삼성꿈재단이 KTB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법.
포항공대 측은 "2007~2008년에 과거 부산저축은행에서 M&A를 많이 하면서 그 일에 KTB가 많이 관여를 했으며 그런 깊은 참여가 부산저축은행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은 오로지 저축은행만 하고 있어서 믿을 만 했고 그에 따른 경영진도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들이라 들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의 원래 배당률은 8%였으나 12%로 높인 점은 의문이 들었지만 장학재단이 들어서면 저축은행의 신뢰도가 더 높이 작용하기 때문에 장대표가 올렸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포항공대 법인 재무팀 장윤형씨는 "적극적으로 KTB 측에서 투자를 권유했고, 부산저축은행의 정확한 재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또 "포항공대의 자금은 사기업자금 성격이 아닌 공익사업이 운영하는 기금이기 때문에 100% 원위치로 와야 하며, 앞으로의 대응책은 재판일정에 따라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꿈장학재단은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략적인 상황 인식과 투자 결심의 과정은 포항공대와 유사했다. 지난 7월21일 경제개혁연대에서는 두 재단에게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 참여로 인한 손실과 관련해 각각 답변서 회신을 요구했고 관련 당국에는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후 (투자를 결심하게 된 사정에 대한) 답변 제출 내용을 묻는 기자에게 경제개혁연대의 한 관계자는 "삼성꿈장학재단도 포항공대와 비슷한 입장이다"고 답했다.

◆KTB "아직 섣불리 말할 수 없다"

KTB자산운용 측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삼성꿈장학재단·포항공대에 투자권유를 할 당시의 부산저축은행 상황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극히 말을 아꼈다. KTB자산운용은 2000년부터 매일 자산변동내역을 공개하는 등 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는 업체다.

일각에선 '자체적으로 경영시스템에 문제를 겪어 이 같은 업무 관행이 흔들렸을 수도 있다' 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KTB자산운용 조영천 이사는 "두 재단에 투자를 권유했을 때 우리 회사의 경영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며 "전혀 이 일에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 고 말했다.

◆'유진자산운용 사건'  논란 재연되나

한편, 이 사건에서 삼성꿈장학재단과 포항공대를 공동으로 대리하게 된 법무법인 '세종' 의 김경호 팀장도 "고객사와의 약속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 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설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만 있을 뿐, '창' 에 해당하는 공격 측이 주요 논리전개 근거를 감추고 있어,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실마리가 드러날지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사한 사례에서도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진 바 있다.

서울고법 민사8부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유진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펀드투자금 청구 소송에서 일부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유진자산운용이 운용계획서에서 ‘시공사가 부도날 경우 펀드투자금은 시공사의 기업신용도와 관계없이 본 사업의 분양대금으로 상환한다’고 기재하는 등 원금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없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공무원연금공단이 펀드에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정확한 인식을 갖는데 지장을 주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이 약 4조8000억원의 기금을 운영하면서 기금 투자 및 운영을 위해 전문운용인력으로 구성된 별도의 운용팀을 두고 있고, 이전에도 사모형 부동산펀드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유진자산운용의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하는 등 투자정보 설명을 둘러싸고 사안마다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사건의 '처음이자 끝' 인 "(투자 대상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졌느냐" 라는 문제가 윤곽을 드러내지 않는 한, 이번 사건은 쉽게 상황을 예견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