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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노조위원장 단지(斷指)의 ‘아쉬운 명분’

서영준 기자 기자  2011.08.17 10: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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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09년 10월26일 만주 하얼빈 역에서 총성이 울렸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원흉으로 지목된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안중근 의사는 사형을 언도받고 이듬해 여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앞서 1909년 3월2일 안중근 의사는 동지 11명과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를 결성했다. 단지회는 조선 침략의 원인을 제공한 이토 히로부미와 이완용을 암살해 구국투쟁의 의지를 천명하며 손가락을 잘랐다. 3년 내에 이토와 이완용 암살에 성공치 못하면 자살로 국민에게 속죄키로 피의 맹세를 한 것이다.

지난 16일 현대차 노조 이경훈 위원장이 자신의 손가락을 잘랐다. 2000여명의 현대차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올해 단체 교섭 결렬에 따른 조합원 보고대회에서 이 같은 무리한 행동을 벌인 것. 이 이원장이 손가락을 자른 이유는 올 임단협 교섭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18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이며 올 임단협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노사는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직원 자녀 우선채용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안에서 이견을 보이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타임오프제는 개정 노동법을 따라야 한다는 사측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노조의 의견이 극심하게 대립하면서 올 임단협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결국 지난 7월27일 현대차 노조는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8월10일 중앙노동위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한 데 이어 11일부터 집행부 간부를 중심으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12일엔 사측이 제시한 교섭 재개 요청도 뿌리쳤다.

16일 조합원 보고대회에 앞서 노조는 내부 소식지를 통해 “분배의 정의를 망각하는 사측이 투쟁을 부른다”며 “이제 우리 방식대로 투쟁을 통해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경훈 위원장의 손가락 절단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현행법 및 사회적 통념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요구만 줄기차게 요구하는 현대차 노조는 위원장의 손가락 절단 사건을 계기로 투쟁의 명분을 잃어버렸다.

   
항일 독립투쟁 당시 안중근 의사는 나라를 구하겠다는 거룩한 의지 아래 손가락을 잘랐지만,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번 일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올 임단협 교섭에서 최선을 다해 조합원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무리수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