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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모토로라 M&A, 삼성전자 행보는?

시장 재편 가능…우려가 현실로, ‘바다’ 투자 등 예상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8.16 15: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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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구글이 미국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함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단 ‘환영 속 우려’란 입장이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OS를 공급해 온 구글의 휴대폰 제조업 참여는 여간 껄끄럽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기업 간 관계 재편까지도 관측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때문일까. 삼성전자의 경우, 독자 스마트폰 플랫폼 ‘바다(bada)’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구글이 지난 15일 미국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 모빌리티 주식을 주당 40달러, 현금 125억달러(13조5000억원)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이번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는 휴대폰 메이커 M&A 규모로는 최대로, 주당 40달러는 지난 12일 뉴욕 증시 종가의 63%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안드로이드 OS를 공급해온 구글이 휴대폰 제조업에 뛰어들며 삼성전자, LG전자 등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지속적으로 개방하고,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별개 회사로 운영한다 해도 삼성과 LG전자 등 제조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구글의 이번 모토로라 모빌리티 M&A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진행 경과에 따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경우의 수를 고려한 독자 플랫폼 ‘바다’의 경쟁력 제고가 관건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그간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에 OS가 균형을 못 맞추고 있었다”며 “결국 터질 게 터진 셈이다”고 말했다.

◆‘바다’ 윈도폰 누르고 세계 5위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개방형 독자 모바일 플랫폼 ‘바다’를 공개하며, 기존의 오픈 OS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다양한 스마트폰을 선택할 수 있는 폭넓은 라인업을 제공, 향후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스마트폰을 선보일 수도 있게 했다.

‘바다’는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으로 기존 플랫폼들 대비 심플한 사용성을 가지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다운로드 기능, 강력한 인터넷 서비스 연동 기능, 혁신적인 스마트폰 UI 지원 등이 특징이다.

이러한 ‘바다’를 처음으로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Wave, GT-S8500)’는 지난해 5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시장에 출시됐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바다폰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800만대로 지난해 누적 500만대, 올 상반기 누적 1000만대 목표치에 못 미치고 있다.

반면, ‘바다’는 MS의 윈도폰을 누르고 세계 5위 OS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바다폰 판매량은 205만580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256.3%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1.9%로 전년동기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관전 포인트 ‘둘’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대해 관련 업계는 우선 삼성전자가 △‘바다’에 얼마만큼의 투자를 하느냐와 △구글과의 관계를 어떻게 지속시켜 나갈 것인가를 관전 포인트로 지목한다.

삼성전자는 경쟁 제조사와는 달리 보급형 이하 휴대폰에는 ‘바다’ OS를 적용하고 있었다. 결국, 하드웨어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에 2~3년 전부터 투자를 지속해왔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위원(팀장)은 “이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삼성전자는 ‘바다’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하지만 1~2년 안에 구글 안드로이드 대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다양한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독자 플랫폼 ‘바다’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이는 원론적인 문제로, 결국 삼성전자도 애플처럼 자기만의 OS를 가져야 제대로 된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며 “OS의 안전성과 신뢰성도 중요하지만 개발자들이 관련 앱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중저가가 없는 애플과 고가, 중가로 나뉘는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바다’를 중저가에 적용하고 있다”며 “개발 초기인 점을 감안한다면 점차 중가, 고가 시장으로 넓히고, ‘바다’ OS 연동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 MS와 대등한 관계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고 언급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이번 구글-모토로라의 M&A와 관련해 구글과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어떻게 이어나갈는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가 자체 OS가 없는 LG전자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구글의 휴대폰 제조 참여로 시장 재편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재 모토로라의 시장 점유율을 감안하면, 애플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은 할 수 없는 상황. 삼성전자가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1위 고객사이기 때문에 쉽게 관계를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6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이미 예상했던 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며 “삼성이 자체 OS를 가지고 있고, MS의 OS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이어 “휴대폰 사업이 단순히 OS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